주일 오후, 낮은울타리 예배를 마치고 모두 돌아간 후 처음 예배에 참석한 비신자와 대화했다.
“하나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데 그래도 교회에 오셨네요.”
“이제까지 제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돈에 환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하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돈은 저의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돈이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주변의 사람들은 돈 이야기만 하는 겁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도 결국 돈 이야기입니다. 그러다가 유튜브로 동대문 쪽방촌 등대교회 김양옥 목사님 이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분은 진짜다,’ 생각하고 찾아가서 만났습니다. 그랬더니 강신욱 목사님을 소개하며 꼭 만나보라도 하셨습니다.”
“김양옥 목사님은 참 대단하신 분이죠. 정말 노숙자나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그분들의 삶을 변화시킨 분이니까요.”
“저도 워낙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사람을 좀 볼 줄 아는데 김양옥 목사님은 목사가 아니더라도 생활력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저는 김 목사님 같은 생활력이 없는데 어떡하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김 목사님이 추천하셨으니까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을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늘 모인 인원이 전부입니까?”
“주일 인원은 두 명 빼고 다 모인 것입니다. 이분들은 기존 신자였던 분들인데 여러 사정으로 일반 교회에 나가지 않으시려는 분들입니다. 주중에는 성경공부를 하러 오는 비신자들이 10여 명 있습니다.”
“이 인원으로 운영이 됩니까?”
“안되죠.”
“그런데 어떻게 운영을 하십니까?”
“제가 운영을 하려고 하면 견적이 안나오죠. 저는 그냥 복음을 전하는 일에만 전념합니다. 그러면 이 일을 귀하게 보는 교회와 개인이 후원을 해주십니다.”
“그렇군요. 저는 견적이 안나오는데 어떻게 운영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무튼 목사님도 돈을 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사는 이유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성경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립보서 4:12)
사람은 배부르면 교만해지고 배고프면 비참해지기 마련인데, 배부르거나 배고픔에 흔들리지 않으며 오히려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고 그것 때문에 교만해지거나 비참해하지 않은 것이 건강한 기독교 신앙인의 모습이라는 겁니다.”
“아~ 그런 말씀이 있습니까?”
“저도 예전에 부목사님들이 여러 명 있는 수도권 중형교회에서 담임목사를 했지만 그때는 성공한 것으로 여겨 우쭐하고, 나이든 지금은 혼자서 간식 준비하고 청소까지 한다고 나락에 떨어진 것으로 여기지 않는 거죠. 그때는 그때대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지금은 지금대로 하나님의 뜻에 똑같이 순종하는 겁니다. 혹시 사람들 중에는 제가 딱한 삶을 사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시각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게 눈빛에서 보입니다. 그 점이 목사님을 또 만나고 싶게 하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 피자 갖고 또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