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캐롤이 들리지 않아서 성탄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한들 성탄절을 거부할 수는 없다.
세계 최대 백화점이라는 어떤 백화점은 입장하려는 차들로 인해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이럴 때 외롭고 힘든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같이 자살예방운동교육세미나를 듣고 라이프호프부산의 실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유한영 목사님을 떠올렸다.
유 목사님은 지체장애인인데, 얼마전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고 중환자실을 거쳐 현재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연락해보니 성탄절이 지난 26일 퇴원예정인데, 병원 면회가 예전같은 제한이 없고 자유롭다고 했다.
그럼 병실로 찾아가겠다고 했다.
흔한 음료 세트를 들고 갈까 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재밌게 해주고 싶었다.
집에 있는 빨간 양말 모양의 주머니에 간식을 담고, 봉투에 현금도 넣었다.
일부러 초록색 스웨터도 입었다.
그리고 같이 라이프호프 실행위원으로 있는 권오성 목사님과 함께 병원에 갔다.
유 목사님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찾아온 우리를 싼타클로스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반가와하고 고마와했다.
빨간 양말 선물을 내밀자 유쾌하게 웃었다.
간식을 꺼내 하나 먹기도 했다.
왜 쓰러졌는지, 어떻게 치료했는지 내용을 상세히 들었다.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뻔한 큰 위기를 넘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침 병원에 검진하러 왔다가 쓰러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실로 하나님의 은혜라 아니할 수 없다.
늘 깔끔하게 있던 사람이 면도도 하지 못해 많이 꺼칠해 보였다.
의정부에 사시는 부모님이 일부러 내려오셔서 밤에는 교대로 주무신다고 했다.
퇴원하면 섬기는 교회에서 부모님과 함께 예배하며 교회의 양해를 구한 뒤, 1월 한 달간 의정부 집에 가서 요양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성탄절을 병실에서 보내야 하는 유 목사님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