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복음(6)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이 아니면 성경을 막힘없이 읽어내려가기 어렵다.
일단 지명이나 인명이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유대인의 풍습에 대한 이해가 없고, 문장이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으로 읽는 것과 소리내어 읽는 것은 또 다르다.
사실 교회에서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성경을 읽히면 더듬거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니 둥지 청소년들이 아니라도 비신자 청소년들이 성경 본문을 한 절씩 돌아가면서 읽으면 더듬거리기 마련이다.
둥지의 청소년들은 평균적으로 또래 청소년보다 어휘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듬거리는 정도가 더 심하다.
둥지 청소년들은 모두 소년 법원에서 1호 처분을 받은 공통점이 있고, 강제로 같이 생활하면서 볼 것 못볼 것 이미 다 보고 아는 사이다.
특히 모두 학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아이들 중 음성도 큰데다가 약간 엉뚱하게 말해서 웃음을 자극하는 아이가 있는데 읽기만 시키면 민망할 정도로 더듬거린다.
평소 이 아이들의 행태라면 웃음이 터질만도 한데 웃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나름 의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마태복음 2장 1절부터 23절까지 한 절씩 돌아가면서 읽고 대화를 시작했다.”지난 번에 배웠는데, 크리스마스가 누구 생일이라고?”
“예수님~”
“좋았어. 이건 상식이니까 절대 잊지 말자.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이 어디였지?”
“알아요,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맞기는 한데, 이스라엘은 나라 이름이야. 예수님이 태어나신 동네가 있었잖아.”
“힌트를 좀 주세요.”
“잘 기억하라고 배 근처에 햄이 있다는 얘기도 했는데…”
“아~ 베들레헴.”
“맞아. 예수님이 태어나실 때 그 나라에 왕이 있었는데…”
“로마.”
“맞아,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어. 하지만 로마 황제는 이스라엘을 직접 다스리지 않고 그 나라의 왕을 인정해줬어. 그 왕의 이름이 뭘까?”
“모르겠어요.”
“내 얼굴을 보면 알 수가 없지. 방금 읽은 성경에 나와있으니까 찾아보자.”
“헤롯왕.”
“맞아. 그런데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누가 왔다고 했지?”
“박사들이요.”
“박사는 어떤 사람들일까?”
“똑똑한 사람들요.”
“똑똑한 사람인 건 맞는데 우리가 아는 그런 박사님들이 아니야. 이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다고?”
“동방으로부터.”
“동방이 어디일까?”
“몰라요.”
“동방은 동쪽이란 뜻이야. 지금 이스라엘이 전쟁하고 있다는 뉴스 들어봤어?”
“예.”
“그 나라 이름이 뭐더라?”
“러시아.”
“아닌데.”
“알아요,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하는 건 맞는데, 이스라엘과 전쟁하는 건 아니야. 이스라엘과 전쟁하고 있는 나라는?”
“힌트 주세요.”
“이~”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이스라엘하고 전쟁하면 말이 되니? 잘 생각해봐.”
“이라크.”
“아주 비슷해. 그 옆 나라야.”
“이란.”
“맞았어. 지금 이스라엘이 이란이란 나라와 전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옛날 이름이 조선이었던 것처럼 이란의 옛날 이름이 페르시아였거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요.”
“그 페르시아 지역이 여기에서 말하는 ‘동방’이야. 잠깐만 기다려봐. 지도를 그려볼게. 여기가 지중해이고, 여기가 이스라엘, 여기가 튀르키예, 여기가 이집트, 여기가 사우디아라비아…”
“에이~ 이렇게 생긴 지도가 어딨어요?”
“얘네들 봐라. 나를 못 믿네. 기다려봐. 구글 지도로 보여줄게.”
폰을 켜서 구글맵으로 그 지역을 확대해서 보여줬다.
“어, 진짜 이렇게 생겼네.”
“이제 믿을 수 있어?”
“예.”
“이스라엘 위가 레바논과 시리아, 옆이 요르단인데 그 옆이 이라크, 그 옆이 이란이야. 동방의 박사들이 여기서부터 온 거야.”
“이런 거 어떻게 다 아세요?”
“학교 다닐 때 배운 거지. 니네들도 조금 있으면 다 배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