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고교 친구 만났다.
제법 큰 브런치 식당에서 남자 테이블은 우리뿐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만 보면 여성 테이블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다른 테이블 여성 손님들이 힐끗힐끗 우리를 쳐다봤다.
50대 남자 둘이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부인을 따라 가끔 교회에 가는 친구는 얼마전 수련회에 동행했다.
아마 수련회 때 단골메뉴인 ‘회개’의 시간에 참석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회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런데 회개가 뭐냐? 회개는 자기가 잘못한 것 하나님께 고백하는 것 아니냐? 사람들이 막 소리 지르고, 울고, 그러는데 난 적응이 안되더라.”
“보통 주일 예배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그런 장면을 보기가 어렵지만 수련회는 다른 장소이고 다른 분위기가 되기 때문에 평소 주일 예배때 하지 못했던 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 보통 주일 예배는 목사의 설교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설교를 들은 자신의 반응을 정리하거나 표현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어. 그래서 수련회 때 주로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하지. 성도들끼리 나와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네.”
“그중 회개가 아주 중요해.”
“중요한 건 알겠지만, 내 말은 꼭 그런 식으로 해야 회개가 되느냐는 거지.”
“회개는 두 가지 성격이 있어. 첫째는 하나님을 믿지 않고 자신이 주인으로 살다가 하나님을 믿고 주인의 자리를 내어드리는 회개가 있어. 이때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많이 울어. 이건 마치 고아로 살다가 아빠를 만난 것과도 같은 사건이거든. 둘째는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싶은데 살지 못한 것을 뉘우치고 뜻대로 살기를 다짐하는 회개가 있어. 이걸 할 때는 자네 말대로 자기가 어떻게 살았는지 찬찬히 생각하며 말씀에 비춰보고 잘못된 것을 고백하는 시간이지. 그런데 가끔씩 이런 회개를 몰아서 하거나, 회개를 하던 중 자기가 범죄했다는 속상함, 하나님 뜻대로 살지 못했다는 죄송함, 마귀에게 속았다는 억울함 등의 감정이 몰려와서 소리를 지르거나 심하게 우는 경우도 있어.”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
“그래, 자네 스타일은 아니지. 그래도 그 사람은 나름 자기 스타일대로 하나님을 만나고 있는 것이니까 존중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