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윤 교수님의 성경

1996년 12월, 합동신학대학원 입학시험일이었다.
당시 합신은 면접시험이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세 분이 면접을 봤는데 가운데가 신복윤 교수님, 내가 보기에 좌편에 성주진 교수님, 우편에 오덕교 교수님이 계셨다.
나 혼자 40분에 가까운 면접을 마치고 돌아갔을 때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입시생들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 “아무래도 떨어질 것 같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신대원 입학을 원치 않으니 차라리 탈락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 나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던 신복윤 교수님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덕분인지 나는 입학하고 합신에서 공부하게 됐다.
입학하고 보니 신 교수님이 총장이셨다.
좌우에 계셨던 분도 나중에 총장이 되셨다.

신 교수님은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죄짐 맡은 우리 구주’를 같이 부르자고 하셨고, 강의 내용보다 그렇게 함께 불렀던 찬송의 울림이 더 컸다.
지난 주간 수도권에 있는 동안 어느 분으로부터 한 성경을 건네 받았다.
겉표지를 넘겨보니 ‘신복윤’이라고 적혀 있었다.
신 교수님도 돌아가실 때 도서를 합신 도서관에 기증하셨는데, 가끔 그런 도서 중 일부를 처분한다고 한다.
내게 주신 분은 합신을 방문했다가 이 성경을 얻게 되었는데, 내게 주고 싶었다고 한다.

낮은울타리 책장에는 사연이 있는 성경이 여러 권 진열되어 있다.
신 교수님의 성경도 함께 잘 보관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