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한국의집 방문

부산대역 근처 ‘성서한국의집’이란 기독서점이 있었다.
대학시절 만화방보다 더 자주 갔던 곳이고, 선친의 단골집이기도 했다.
아마 당시로는 부산에서 가장 큰 기독서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친은 신앙서적이나 성경공부 교재를 사셨고, 나는 최덕신, 박종호, 쏠티, 마싱어즈, 콘티넨탈싱저즈, 샌디패티 찬양테이프를 샀다.
삼부자가 같은 학교에 있으며 자주 들락거렸으니 대표님이 우리 삼부자를 알 정도였다.

20여 년 만에 부산에 왔다.
그동안 부산대학교와 학교 앞은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시계탑이 없어지고 대신 시커먼 주차장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생겼다.
정문 옆엔 커다란 백화점이 들어섰다.
대학본부 건물도 달라지고, 새로 새워진 법학전문대학원 건물도 내겐 생소할 뿐이다.
언제나 찬양이 흘러나오고, 좁은 진열대 사이로 지나며 많은 책과 기독교 물품들을 만나고 경험할 수 있는 성서한국의집이 고향처럼 맞아주실 바랐다.

성서한국의집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부산대 앞 서점들처럼 문을 닫은 줄 알았다.
나는 추억을 잃은 것처럼 아쉬웠다.
우연히 자동차로 부산대 후문을 지나다가 ‘성서한국의집’을 봤다.
자리를 옮겨서라도 남아있는 것이 정말 반가왔지만 매장이 반지하라서 안쓰럽기도 했다.

도로에서 계단을 내려가야 들어가는 ‘성서한국의집’ [사진 강신욱]

부산의 기독서점을 순방하는데 성서한국의집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주차장을 알아보는 전화를 했다.
오전에는 바로 옆에 잠시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해서 주차를 하고 모양이 달라진 고향집 문을 열듯 조심스레 들어갔다.
역시나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강석민 대표님께 인사를 하고 아까 전화로 주차장 물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대화로 푸는 성경’ 저자라고 소개했다.
강 대표님은 작은 응접세트로 안내하며 잠시 앉으라고 권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가 1시간 넘게 계속됐다.
강 대표님은 예전에 프리즘성경 제작에도 참여하셨고, 두란노 부산지역 지점장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2009년에 건물주가 ‘성서한국의집’을 내보내는 상황이 되었고, 당시 사장님의 적극적 권유로 인수하고, 오히려 후문 쪽에 더 넓은 공간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때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책을 읽는 기독교인이 급격하게 줄면서 성서한국의집은 2018년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강 대표님은 그래도 두란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에서 유명한 김기현 목사님의 로고스서원과 협력하여 북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진열대를 치워 공간을 제공하며 나름 기독교문화를 지켜 나가려고 애쓴 사연을 말해주셨다.
나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됐는데, 1대1 북토크가 되어 버렸다.

강 대표님은 마침 비신자 친구가 집으로 초대해서 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 책을 선물하면 되겠다며 친구 이름을 적어주며 내게 서명을 청했다.
어제(11/15) 선물이 친구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이스라엘 입체지도를 주문하고 다음 금요일에 다시 방문하기로 했는데 친구와의 만남이 어떻게 되었는지 들어봐야겠다.

11/22 감천마을에서 열리는 북토크를 소개하고 포스터를 보여 드리고 인증샷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강 대표님이 책장을 잠깐 정리하고 ‘대화로 푸는 성경’이 많이 보이게 해주셨다.
감천마을이 너무 머니까 이쪽에서도 한 번 북토크를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안그래도 북토크를 낮에 하니 직장인들이 올 수 없는 아쉬움이 있을 것 같았다.(혹시 전혀 없는데 나만 이렇게 생각하나?)
만약 북토크를 또 하게 된다면 부산의 반대편인 성서한국의집에서 밤 시간에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