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 주일에 낮은울타리는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평일에는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시간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세례 교육을 마친 분을 축하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
처음엔 전주에 갈까 생각도 했었다.
세례 교육을 마치곤 같이 식사를 하는데 처음엔 비빔밥을 자주 먹었다.
대상자가 전주에 가서 전주비빔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해서 세례 교육이 마치면 전주에 가서 오리지널 전주비빔밥을 같이 먹자고 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한옥마을, 경기전, 전동성당 등을 보자고 했다.
낮은울타리 식구들과 대화중 하루만에 전주까지 다녀오기엔 너무 힘들 것 같다며 경주로 방향을 틀었다.
대신 맛있는 식사를 하고, 느슨하게 산책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기엔 경주가 딱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일요일에 고속도로를 타거나 관광지를 방문해본 적이 없는지라 그토록 차량이 많을 줄 몰랐던 것이다.
평소보다 조금 더 걸릴 정도로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네이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순간 예상보다 30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나만 지각했고, 다른 식구들은 지혜롭게도 약속장소인 경주 소재 식당에 30분 전에 모두 도착해 있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스타벅스 보문점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원래는 테이크아웃을 하려고 했는데, 모두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고 모두가 카페에 오기가 쉽지 않으니 이왕이면 분위기를 즐기며 실내에서 마시자고 했다.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보문 호수 옆 산책로를 걸었다.
흐린 날씨는 오히려 산책하기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에 나와 있었다.
운동하는 사람, 데이트하는 사람, 버스킹을 하는 사람과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한 바퀴를 돌기에는 너무 시간이 걸려 중간쯤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다음 행선지는 ‘동궁과 월지’였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안압지’라며 방문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새 ‘동궁과 월지’라고 이름을 바꾼 것이다.
주차장엔 차들이 가득했고, 외국인 관광객도 제법 많았다.
안압지 사진만 어렴풋이 기억했는데, 동궁과 월지는 비원에 견줄만큼 아름다운 궁궐이고 정원이었다.
낮은울타리 식구들도 옛날 수학여행 이후로는 처음이라 모두 융성하고 화려했던 신라의 문화를 다시 느끼며 탄복했다.
월지의 대표적 사진은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건물의 모습이다.
난 일부러 상하를 뒤집어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을 남겼다.
동궁과 월지는 야간에 더 아름답다고 하지만, 식구들 중 출근을 위해 다른 지방으로 가야할 사정이 있어 해질무렵 헤어지기로 했다.
출구로 나왔는데 한 분이 바로 옆이 석빙고라고 말했다.
지도로 확인해보니 도로만 건너면 석빙고였다.
덕분에 석빙고까지 방문했는데, 분명 수학여행 때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 그 석빙고는 크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너무 초라하게 다가와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다음 주일에 낮은울타리에서 만나자며 헤어졌다.
한 시간쯤 지난 후 단톡방에는 소감이 올라왔다.
즐거웠다고, 행복했다고, 휴식이 충만했다고.
잠자리에 들어 하루를 돌아보는데 참 복된 주일을 보냈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슴에 충일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