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인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아직 복음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목사님이 복음을 전하시고 세례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주 70대 후반 이웃 권사님이 내가 비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걸 알고 요청했다.
출석하는 교회에 요청하시라고 권했는데, 현재 목회자가 이런 걸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고 했다.
사정을 듣고 보니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주는 일에 선뜻 나설 수 없는 교회의 형편이 안타까왔다.
나는 어머님의 이름을 받고 일주일 동안 기도했다.
오늘 면회를 신청하고 요양병원을 방문했다.
눈을 뜨지 못하지만 음성은 또렷한 분이었다.
“OO는 잘 사나?”
먼저 자녀손들의 안부를 똑같은 질문으로 두루두루 물으시는데 그 음성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여서 웃음이 나왔다.
다음엔 “집은 팔았나?” 물으셨다.
이 집, 저 집 매매에 대해 물으셨다.
아마 옛날 어떤 기억이 있으신가 보다.
가족간의 대화가 끝난 후, 권사님이 나를 소개했다.
나는 인사한 후, ”어머님, 들으니까 부동산에 관심이 많으시네요.“라고 했더니 껄껄 웃으셨다.
”이제 천국의 아파트에도 관심을 가지셔야죠. 천국에 아파트 한 채 갖고 싶으시죠?“
”예.“
”천국의 아파트는 예수님을 믿어야 입주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 몰라요.”
“제가 설명해 드리러 왔습니다.”
나는 예수님이 하신 일을 설명했다.
“잘 몰라요.”
“다 이해하시라고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한 번 듣고 어떻게 잘 이해하겠습니까? 다만 이제는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시라는 겁니다. 성경에 ‘누구든지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누구 이름을 불러야 된다고요?”
“예수님.”
신자와 비신자가 섞인 가족들은 어머니의 입에서 순순히 예수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놀라워했다.
“이제 ‘예수님, 도와주세요.‘라고 하시면 좋겠습니다. 한번 해보시겠어요?”
“예수님, 도와주소.”
처음 들어보는 걸쭉한 경상도 억양의 고백에 나도, 가족도, 병원 직원들도 빵 터졌다.
”이제 예수님을 믿으시는 것 맞습니까?“
”예.“
몇 번 질문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니 15년 넘게 요양병원에 계신 100세 노인으로서는 예수님을 고백하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나는 확실히 예수님의 이름을 불렀으니 병상세례를 베풀겠다고 말하고, 준비한 세례 그릇에 물을 채웠다.
물을 찍어 이마에 얹어 흘러내리게 했더니 그분은 쏟아내던 모든 말을 중단하고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손을 내밀었더니 그분은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도 그 손을 꼭 잡고 기도했다.
고백을 받으신 하나님이 이분을 불쌍히 여겨주시길 기도했다.

병상세례 소식은 그 가족들에게 퍼져나갔다.
사실 가족 중 비신자가 많고 신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가장 연세가 많고 편찮으신 어르신이 꼭 예수님을 믿고 세례 받기를 해외에 사는 손주가 간절히 기도했다는 것이다.
다른 가족에게는 물론 해외의 손주에게도 이 소식과 사진이 전해졌다.
그리고 기쁨과 감사의 문자가 내게도 도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