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마음이 움직였어요”

지난 달 말,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빠서 끼니도 거르고 밤에 둥지에 갔다.
마침 산상수훈 중 ‘마음이 가난한 자‘와 ’애통하는 자‘에 대해 말했다.
아이들에게 언제 절망하느냐고 물었다.
돈이 없으면 절망한다는 답이 많았다.
정말 심각한 가난 때문이 아니라 놀고 싶은 대로 놀 수 없기 때문이란다.
난 니네들을 이렇게 만든 세상이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고 했다.

“실은 오늘 하루종일 밥도 못먹고 일했어.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쉬고 싶었거든. 하지만 니네들이 보고 싶고 성경 이야기 가르쳐주고 싶어서 왔지.“
”목사님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시는 건가요?“
“아니, 부산시 인구가 너무 줄어서 출산률 높이는 운동을 자원봉사로 하는 거야.”
“왜 그렇게 사세요?”
”니네들에게 이렇게 사는 어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럼 어떻게 먹고 사세요?“
”내가 이렇게 사는 걸 귀하게 보고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참 고마운 분들이지.“

공부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저는 불교신자거든요. 근데 오늘 성경보다 목사님의 삶 이야기를 듣고 조금 마음이 움직였어요.“
”저는 하나님이 일반 청소년이나 비행 청소년을 차별하지 않으신다는 말이 감동이었어요.“
말을 시켜도 거의 말이 없던 두 아이의 대답이 내게 감동이었다.

근데 내가 피곤하기는 엄청 피곤했나 보다.
사진을 보니 내 눈이 엄청 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