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청소년회복센터(센터장 임윤택 목사) 아이들과 성경공부를 하는 날인데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 전날이다.
어른들도 긴 연휴를 앞두고 설레는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그동안 잘 들어준 아이들이 고맙기도 해서 고기를 사기로 했다.
아이들은 그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알고보니 아이들끼리 오늘은 왠지 내가 외식을 시켜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자기들 소원대로 된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그렇게 신이 났었나 보다.
외식을 앞뒀다고 성경공부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욱 솔직하고 진지한 반응이 나와서 감사했다.
어느 정도 외식 효과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매일 저녁 먹성이 대단한 아이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사모님의 노고가 많을 것이니 겸사겸사 한 달에 한 번쯤은 외식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공부를 마치고 임 목사님이 아는 저렴한 동네 고깃집(농심가 식육식당)에 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조금 이상한 조합인 우리 일행을 눈여겨본 어느 분이 사장님으로부터 내막을 듣고 식사비를 풍성하게 미리 결제해주셨다.
알고보니 수영로교회 안수집사님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크게 했지만 사실 가장 감사한 사람은 나일 것이다.
내가 초과된 찌개와 공기밥과 음료수 값을 결제하려고 했는데, 이번엔 사장님이 괜찮다며 결제를 거부하셨다.
음식점 사장님도 기독교인이셨다.
둥지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밝게 웃는 걸 보니 나도 기뻤다.
아이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는 내가 받고 결제는 하나도 하지 않은, 배와 마음과 지갑이 모두 두둑한 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