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아이들과의 작별

아직 작년이란 말이 익숙하지 않지만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2025년의 특별한 만남 중 하나는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아이들을 만난 것이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비행청소년이지만 가끔 예상과는 다른 내막을 확인하면 안타까워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성경공부를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서 지난 6월부터 7개월간 매주 모임을 할 수 있었다.

인생에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지.
예전과 달리 여름에 쉬지 않고 여러 모임을 계속했더니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에게 먼저 알려서 배려를 받았고, 고교 친구 등 성경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1,2월에는 쉬어야겠다고 연락했다.

마지막으로 둥지 아이들에게는 어젯밤 성경공부를 마친 후에 알렸다.
그동안 퇴소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축하하며 작은 선물을 주기도 했는데 1,2월에 퇴소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럴 수 없으니 새해축하 겸 케이크로 미리 축하해주고 싶었다.
얘기를 꺼냈더니 아이들이 처음엔 다음주부터 못보는 거냐며 서운함과 아쉬움을 표하더니 자기들 때문에 건강을 상한 것 아니냐며 미안함도 표했다.
건강을 잘 회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3월부터는 간식도 사오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새해 축하와 성경공부 감사의 케이크 [사진 임윤택]

사실 아이들은 지난 성탄절 낮은울타리에서 윷놀이 상금으로 받은 돈을 모아 나를 위해 선물을 마련하고 감사편지를 써서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었는데 마치 이별선물처럼 되어버렸다.
케이크에 촛불을 켰을 때 아이들은 나를 위해 축복송을 불러주었다.
평소 장난기 넘치던 애들이 너무 진지해서 내가 어색할 정도였다.
성경공부 시간에 지겨운 티를 내고 산만하게 분위기를 흐렸던 아이도 정색하고 눈물을 그렁거리며 서운함을 표해서 그것이 관심 받고 싶다는 표현이란 걸 깨닫기도 했다.

아이들이 내가 자기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좋았고, 성경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배우는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그동안의 소감을 말해줘서 고마웠고 보람되었다.
”나도 여러분들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고마웠어.“라고 답했더니, 거리감 느껴지게 왜 ‘여러분‘이라고 부르냐고 해서 “나도 니네들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고마웠어.”라고 바꿔 말했다.
몇 명의 아이는 헤어질 때 다가와서 눈물 고인 얼굴로 서운함을 표했다.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다.
너무 피곤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편지를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통 어른들은 비행청소년을 싫어하는데 목사님은 그러시지도 않고 저희를 이해해주시는 게 넘 감사해요. 목사님 덕분에 성경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잡지식도 많아졌어요. 그리고 저희한테 항상 먹을 것을 사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잘 지내봐요.”
“항상 목요일에 좋은 말씀 전해주시고 작아도 먹을 것 하나하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모태신앙이어도 예수님이 믿기지 않았는데 목사님 덕분에 믿음이 조금이라도 생겼어요.”
“목사님을 봽고 성경을 처음 제대로 공부해 보고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좋은 말씀과 저희에게 주신 관심 너무 감사해요.”
그동안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나도 울컥했다.

몸이 상하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몰랐던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는 감사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나를 믿고 이런 기회를 허락해주신 센터장 임윤택 목사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