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계속 오겠습니다”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다.
너무 더워서 한 달 더 연장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10월이 되어서야 60대 여성 비신자 3명 성경공부를 개학했다.
아쉽게도 한 명은 한 달간 해외출장 일정이 생겨 두 명만 참석했다.

(1)
“긴 방학 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조금 머뭇거리는 기색이 보였다.
짐작가는 것이 있어 다시 물었다.
“백중기도 숙제는 하셨습니까?”
“예.”
“하시니까 속이 편하셨어요?”
“목사님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늘 하던 걸 못해서 좀 찜찜한 게 있었는데 하고 나니까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럼 잘하셨어요. 속이 편해야죠.”

(2)
“목사님, 아무래도 성경공부 못하겠습니다.”
“왜요? 무슨 일이 있으세요?”
“사실 어제 남편하고 같이 남편 친구를 만나고 왔는데요. 남편 친구가 스님입니다. 그래서 어제 절에 갔다가 왔습니다. 어제는 절에 갔는데 오늘은 성경공부하러 오려고 하니 정말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어차피 남편 때문에 교회에 나갈 수는 없으니까 남편이 세상 떠나면 그때 나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으셨군요. … 그런데 괜찮습니다.”
“괜찮다뇨? 어느 한쪽을 해야하지 않습니까? 불교도 아니고 기독교도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힘든 세상 살아가는데 여기저기서 도움을 받아야죠. 부처님도 부르고 하나님도 부르세요. 어느 한쪽은 도와주시겠지요. 양쪽이 다 도와주면 더 좋고요.”
“예? ㅎㅎㅎㅎ 목사님이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세요?’
“맞잖아요? 그렇게 하는 게 확률상 더 높으니까요.”
“목사님이 그러면 안된다면서 뭐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웃음을 참을 수가 없네요 ㅎㅎㅎ”
“못오시겠다는 이유가 제 얼굴을 보기가 미안해서라면 전혀 그런 생각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멀리서 기독교에 대해 배우러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남편분과 절에 다녀오셔도 되고, 조상을 섬기러 백중기도를 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기독교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건 사실이잖습니까?”
“그건 맞습니다.”
“그러면 전혀 미안한 마음 갖지 마시고 얼마든지 오십시오. 저는 대환영입니다. 일단 공부를 해야 제대로 알고 나중에라도 기독교를 선택하실 것 아니겠습니까?”
“목사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마음이 편합니다. 그러면 계속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