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니네들이 성경공부를 하겠다고 해줘서 정말 고맙다. 니네들이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냥 집으로 갈 뻔했거든.”
“우리가 의리는 있거든요. 그동안 밥도 사주시고, 간식도 사주시고 했잖아요.”
“그래, 기억해줘서 고맙다.”
“목사님, 내가 준 선물 갖고 있어요?”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질문에 좀 당황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번 둥지 아이들이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해서 사줄 때 식당에서 내 옆에 앉았던 아이가 갑자기 “목사님, 선물!”하면서 내게 키링 하나를 내밀었던 적이 있다.
기억이 나서 다행이다.
“대파 말이지? 물론 갖고 있지.”
“대파? ㅎㅎㅎ 대파래.”
무슨 캐릭터인지 모르겠고 내 눈에 대파로 보여서 대파라고 했는데 아이들 웃음 코드를 건드렸나 보다.
“니네들 이름을 아직 모르니까 오른쪽에서부터 한 명씩 이름을 가르쳐 줄래?”
“어, 목사님, 내 이름 몰라요?”
내게 대파 키링을 선물해준 아이가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기억하지. OO잖아.”
“우와, 진짜 기억하네요.”
“그럼~ 그래도 공식적으로 한 명씩 돌아가며 말하는 자리니까 다시 말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한 명씩 돌아가며 여섯 명이 이름을 말했고, 나는 종이에 직사각형을 하나 그리고 아이들이 앉은 위치대로 이름을 기록했다.
“다음주에는 다 외워서 올게.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름을 부를거야.”
“네~~”
아이들이 우렁차게 대답해줘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혹시 니네들 중에 기독교나 성경에 대해서 궁금한 점 있는 사람 있니? 평소에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있으면 아무거나 물어봐도 돼.”
한 명이라도 질문을 해주길 바랐다.
아쉽게도 아이들은 내 눈만 빤히 쳐다볼 뿐,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시간 끌기는 지겨움을 의미하니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럴 줄 알고 오늘 할 내용을 준비했어. 사실 성경 내용 그대로인데, 성경 글씨가 작고 너무 두꺼워서 읽기 불편하잖아. 그래서 우리가 할 내용만 A4지에 프린트해 온 거야.”
예수님 탄생에 관한 본문을 모아 온 인쇄물을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아이들은 석 장짜리 인쇄물을 대충 훑어봤다.
“니네들, 크리스마스가 누구 생일인지 아니?”
하나님, 예수님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크리스마스와 생일 이야기를 해서 당황했는지 금방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눈치껏 인쇄물을 얼른 봤다.
“저요! 가브리엘.”
“저요! 마리아.”
너무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임 목사님이 왜 아이들이 크리스마스가 예수님 생일이란 것만 제대로 알면 좋겠다고 했는지 이해됐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가브리엘을 어떻게 알지? 왜 마리아라고 할까?’
가만히 보니 내가 준 인쇄물 때문이었다.
내가 준 인쇄물 가장 위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누가복음 1:26-38
26 여섯째 달에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27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에게 이르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라
...
아이들이 냉큼 보고 보이는 사람 이름을 부른 것이다.
당연히 다윗과 요셉의 이름도 나왔다.
“얘들아, 여길 보지 말고 그냥 생각하고 답해봐. 크리스마스가 누구 생일이더라?”
“예수님.”
“맞아, 예수님. 크리스마스는 예수님 생일이야. 오늘은 예수님이 태어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할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