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서 미리 말을 해준 것처럼 마리아의 약혼자인 요셉에게도 천사가 나타났어. 천사 이름이 뭐라고?”
“가브리엘.”
“그래, 가브리엘이 마리아가 임신을 했는데 마리아가 바람을 피운 게 아니고 하나님이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을 임신시킨 것이니까 의심하지 말고 일단 결혼식을 하고 같이 살라고 했어. 요셉도 믿음이 생겨서 가브리엘의 말대로 했어. 대신 하나님의 아들을 가졌다고 하니까 같이 자지는 않았어. 혹시 마태복음이라고 들어봤니?”
“예.”
“우리가 읽지는 않았지만 이게 마태복음 1장에 나오는 이야기야. 우리는 누가복음 2:1-20을 한 절씩 돌아가면서 읽자.”
“예.”
아이들이 한 절씩 돌아가며 읽는데, 보통 잘 읽지만 어떤 아이는 잘 읽지 못하고 심하게 떠듬거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대부분 학업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서로의 사정을 이해해서 놀리거나 웃지는 않는다.
그러나 떠듬거리는 소리가 묘해서 웃음코드를 자극할 때가 있다.
그러면 참았던 웃음이 나오기 때문에 더 크게 빵 터진다.
글을 읽던 아이는 변명을 한다.
“뭐~ 잘 읽었는데.”
다른 아이들도 웃음을 그친다.
나도 읽던 아이를 격려한다.
“그래, 너 잘 읽었어. 계속 읽어.”
“뭐 물어봐도 돼요?”
“응, 뭐?”
“‘가이사’가 무슨 말이에요?”
“이건 로마 황제를 가리키는 말이야. 보통 나라들은 ‘왕’이라고 부르는데 로마는 ‘가이사’라고 불렀어. 영어로는 ‘시저’라고 해. ‘아구스도’는 왕의 이름이야. 그때 이 사람이 로마를 통일하고 처음으로 황제가 된 사람이거든. 황제가 되니까 돈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니까 백성에게서 세금을 거둬야 하고, 세금을 거두려니 어느 지방에 몇 명이 살고 있는지 알아야 되니까 고향에서 호적 신고를 하라고 명령을 내렸어. 그래서 요셉과 마리아도 고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 고향 이름이 ‘베들레헴’이야. 베들레헴 들어봤니?”
“들어본 것도 같은데…”
“베들레헴의 뜻은 요즘 말로 하면 ‘베이커리’야, ‘빵집’.”
“동네 이름이 ‘빵집’이라고요?”
“그 동네에 빵집이 많았나보지. 마치 우리나라 명절처럼 많은 사람들이 호적 신고를 하러 고향에 모이니까 숙소가 모자라게 됐어. 요셉과 마리아가 있을 곳이 없는거야. 마침 마리아가 출산할 때가 되었거든. 그래도 길거리에서 아기를 낳을 순 없으니까 급한대로 마굿간 비슷한 곳으로 들어가서 아기를 낳았어. 혹시 ‘강보’라는 말 아니?”
“몰라요.”
“‘강보’는 아기를 싸는 작은 이불이야. 아기 예수님을 강보로 잘 싸서 놓았는데 마굿간이니까 요람 같은 게 없어서 ‘구유’에 놓았어. ‘구유’라는 단어 들어봤니?”
“처음 들어봐요.”
“‘구유’는 쉽게 말하면 말 밥통이야. ‘구유’가 뭐라고?”
“말 밥통.”
“오케이, 말 밥통.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소 밥통이 있었는데 큰 다라이같이 둥근 밥통이 아니고 큰 나무 한 가운데만 파내서 마치 작은 통나무 배처럼 생겼어. 거기에 강보에 싼 아기를 집어넣으니까 많이 흔들리지도 않고 아기에게 딱 맞았어. 가난한 사람들도 아기는 좋은 곳에 눕히고 싶어하는데, 아기 예수님은 태어나자마자 말 밥통에 누우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