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소년과의 성경공부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청소년들과 성경공부를 한다고 하니, 내게 어떻게 청소년들과, 그것도 비행 청소년들과 성경공부를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에 앉아있는 청소년들도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비행 청소년들이 성경공부에 진지하게 잘 참여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아마도 내게 복음을 전하는 천부적인 재질이 있어서 내가 복음을 전하기만 하면 비행 청소년들도 다소곳이 앉아 내 말을 듣는 장면을 상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매번 초코바나 아이스크림같은 달디 단 간식을 사가서 일단 눈을 크게 뜨게 만들고 나를 환영하게 만든다.
간식을 먹으며 일주일간 어떻게 지냈는지 신나게 이야기할 때까지는 재잘재잘 분위기가 좋다.

성경 본문을 인쇄한 종이를 펼쳐드는 순간 집중도는 확 떨어진다.
게다가 타종교를 믿는다며 대놓고 딴짓을 하는 아이도 있다.
“그래도 들어줘서 참 고맙다. 듣다 보면 그래도 유익하거나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도 나올 거야.”라고 사정을 한다.
다행히 “그건 맞아요.”라며 수긍을 한다.

수긍을 해도 사실 5분도 못 간다.
금세 딴짓을 하거나, 옆 아이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최근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린 걸 알게 되면 왜 딴짓을 하냐고 꾸짖지 않고 그림을 보여달라고 한다.
개발새발 글씨를 쓴 것처럼 내 얼굴을 그린 그림도 특징을 잡아서 잘 그렸다고 칭찬했다.
어른들의 칭찬이 고픈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둥지 청소년이 성경 말씀이 적힌 종이에 그린 내 모습 [사진 강신욱]

어떤 아이는 정말 그림을 잘 그리기도 한다.
그림을 들어서 다른 아이들에게 “얘들아, 정말 잘 그렸지?”라며 보여주기도 한다.
“0.3 볼펜으로 그린 거야?”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어떻게 아세요?”라고 반문했다.
집중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재능을 칭찬하면 다음엔 내 이야기를 잘 듣고 대답도 잘한다.

둥지 청소년이 성경 말씀이 적힌 종이 뒷면에 그린 그림

나는 중간중간 아이들의 생각을 질문한다.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이름을 부르며 생각을 묻는다.
아이들은 내가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기도할 때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이름을 외운다.
마칠 때는 그날 가장 인상적이거나 기억나는 소감을 묻는다.
모두의 이름을 적고 그 옆에 아이들이 말한 소감을 기록한다.
아이들에게는 자기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어른의 기록이고, 내게는 감사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