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현미경을 통해 본 세상은 별천지였다.
눈으로 겨우 볼 수 있는 것을 재물대에 올려 놓고 대물렌즈를 조절하면 그 안에 엄청나게 복잡한 세상이 또 있었다.
눈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배운 시점이었다.
그 때 봤던 현미경은 ‘광학현미경’이다.
볼록렌즈와 빛을 이용해서 작은 물체를 1000배 정도 확대해서 관찰한다.
더 작은 물체를 관찰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 ‘전자현미경’이다.
전자를 이용한다는 이 현미경은 10만 배 확대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광학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세상을 보는 것이다.
분자, 핵, 원자, 전자, 중성자…
초등학교 때 집에 큼지막한 쌍안경이 있었다.
그걸 보면 멀리 있는 산이 가까이 보였다.
시력이 좋지 않던 나는 멀리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이는 쌍안경을 참 좋아했다.
궁금해서 쌍안경으로 달을 봤다.
과학백과에 있는 모양을 기대했으나 그저 크게만 보일 뿐이었다.
달을 제대로 보려면 천체망원경으로 봐야 한다.
2013년 봄 제주의 어느 천문대에서 천체망원경으로 토성을 본 적이 있다.
내 마음은 마치 초음파로 태아사진을 본 것과 같은 감동에 휩싸여 숨을 쉬지 못했다.
태양계 행성들을 비교하는 그림으로 또는 사진으로 봤던 토성을 직접 보는 내 눈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천체망원경도 가시광선인 빛이 있어야 볼 수 있다.
지금은 우주를 연구하는데 전파망원경이 쓰인다고 한다.
천체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먼 곳까지 과학자들은 보고 연구한다.
약 100년 전만 해도 우리가 있는 은하계가 우주의 전부인 줄 알았다.
내가 초등학생 때 우주의 크기는 100억 광년 정도로 책에서 읽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름이 10만 광년인 우리같은 은하계가 1000억 개가 더 있다고 한다.
과학은 계속 새로운 도구를 발명해가며 하나님이 만드신 광활한 우주와 함께 세포보다 더 작은 입자를 연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홀의 존재도 알게 됐고, 이젠 역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화이트홀이 있다는 것도 안다.
여전히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가시광선 외에 적외선도 있고, 자외선이 있는 걸 이젠 삼척동자나 시골 촌부도 다 안다.
그러나 발명과 발견으로 또 다른 새로운 것이 우리의 상식이 될 수도 있다.
현재의 과학이론은 완성된 진실이 아니다.
진실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통섭의 세상에서 자연을 대상으로 했던 과학도 경계를 넘어 초월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자연적인 것만 감지하는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뛰어넘어 초월적인 존재나 초자연적인 힘을 인식하는 어떤 도구도 만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 땐 아마 많은 사람들이 토성을 보고 감격했던 나와 같은 감동을 느낄 것 같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린도전서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