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2) – 안식(마르바 던)

나는 이 책을 2004년도에 사서 읽었다.
그러나 그 때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심한 공황장애로 두 번째 요양을 마치고 나서 상담치료를 받던 중 다시 읽었을 때 이 책은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다.

교역자는 보통 월요일에 쉰다.
그런데 월요일은 성도들에게 일주일을 시작하는 날로서 회의가 있는 등 중요한 시간에 나는 쉰다는 것이 정서적으로 미안했다.
그래서 일을 만들거나 적어도 성도를 위한 기도를 했다.
나는 그것을 충성이라고 생각했고 나름 자부심을 가졌다.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하나님께 따졌다.
“하나님, 저의 몸도 마음도, 저의 가정도, 저의 행복도 뒷전으로 미루고 최선을 다했건만 이게 뭡니까?”
“나는 네가 몸도 마음도 챙기면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길 바랬는데 이상하게도 너는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살지 않더라”

몸과 마음이 상하고서야 깨닫게 됐다.
내가 ‘안식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다는 것을.
내 회복의 시작은 ‘안식하지 않은 죄’와 ‘충성으로 포장된 내 욕심’을 회개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인간을 지으신 분이므로 인간이 어떤 메카니즘으로 움직여야 건강하고 그렇지 않으면 망가지는지 가장 잘 아시는 분이다.
그래서 일주일 중 하루는 쉬라고 하셨다.
그 날은 하던 일을 중단해야 옳다.
심지어 거룩하게 보이는 일이라도, 충성스럽게 보이는 일이라도.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등의 계명은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면 굳이 계명으로 주지 않아도 지킬 수 있는 명령이다.
계명을 어기고 들켰을 때 사실 하나님의 계명을 어겼다는 죄책감보다 사회적 비난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에 억제되는 경향이 크다.

이에 반해 안식일을 기억하여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안식일에 일을 더하면 성실하게 보이고, 충성되게 보이고, 부지런하게 보이고, 열정이 있는 것으로 보일 뿐더러, 분명한 생산과 성취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 하나님을 경외한다면, 정말 믿고 따른다면 다른 계명보다 앞서 네 번째로 규정된 안식일을 잘 지키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을 그치고 쉬는 것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질서와 명령에 순종하느냐를 가늠해 보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안식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태초부터 시작된 시스템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여섯째 날 만드셨다.
그 사람이 맞이한 새 날은 하나님과 안식한 일곱째 날이다.
태초의 인간이 일단 일주일 노동하고 쉰 것이 아니라 처음 맞은 안식일은 하나님과 함께한 향연이요 충전의 시간이었다.

이것을 깨달은 후로 나는 ‘끝까지 마무리하고 나서 쉰다’는 생각을 접었다.
그치고, 쉬고, 받아들이고, 충전하며 하나님 안에서 즐거워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몸과 마음이 망가지지 않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주변을 돌아보니 의외로 착하고 성실한 헌신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충성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안식을 지키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망가져서 자기가 맡은 일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자신이 게을러졌다는 근거없는 회개를 하고 더욱 자신을 과부하로 몰고 간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마음을 두시건만 자기 때문에 하나님의 일이 제대로 되지 못한다며 자책한다.
간혹 나처럼 그것을 자기 의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 책 읽고, 진짜 해야 할 회개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