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대선 후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먼저 나는 지지 정당이나 지지 후보가 없음을 밝힌다.
우리나라는 국교가 없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므로 국민이 다양한 종교를 신봉하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개인적으로 특정 종교를 신봉할 수는 있으나 그 역할상 특정 종교에 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느 종교의 대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A종교를 가졌다고 알려진 정치인이 B종교 모임에 참석했다든가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는 건 신앙의 문제가 아니며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대선 후보라면 타종교인이라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지지를 바라고 주일 예배도 참석할 수도 있고, 또 그것이 기독교에 대한 일종의 예의라고도 본다.
그러나 불쾌한 점이 있다.
무속과 미신에 대한 구설수에 오른 후보가 금방 교회에서 쉽게 면죄부를 얻으려 시도한 부분이다.
게다가 방문한 교회는 담임목사가 독대하는 장면을 연출해 줌으로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정치인은 정치인이니 그러려니 한다.
속상한 것은 그 교회가 보여준 모습이다.
‘속죄’는 사람되신 하나님의 한없는 은혜의 표현이다.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대가를 치를 수 없는 무한한 은혜가 ‘속죄’이다.
그것을 중세시대 대성당 건축을 위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속내로 돈 몇 푼으로 살 수 있는 싸구려 은혜로 변질시킨 것이 ‘면죄부’이다.
21세기에도 비슷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영 불편하다.
세계 최대의 교회라는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처음 방문한 사람을 차별없이 그렇게 만나 주는지, 유력 후보를 향한 막연한 덕담이 아니라 속죄의 도를 제대로 전했는지 여부는 충분히 예상되기에 별로 궁금하지 않다.
교회가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거룩함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세상 권력에 얄팍하게 빨대를 꽂았을 때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얼마나 비참하게 되었는지 2천년 교회사가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정치인도 견적 내고 갈 만한 교회로 갔겠지만, 그 교회가 기대대로 움직여 준 것이 안타깝다 못해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