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인간적으로 무력함 그 자체이다.
쉴 새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확인하는 눈을 감는다.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는다.
자의적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전능자에게 아뢸 뿐이다.
오늘도 낮은울타리 기도상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다.
종종 막막함이 엄습한다.
어릴 때부터 성경으로 읽고 설교로 들었던 신앙의 위인이라는 사람들이 실상은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인지 이제야 헤아려진다.
혼자 시내산에 올라 40일을 기다려 율법을 받은 모세,
네게브 사막 로뎀나무 아래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엘리야,
왕 앞에 나서기 전 사흘을 금식했던 에스더,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을 보낸 요나,
물 없는 구덩이에 던져진 예레미야 등등.
그들은 부러워할 위인이 아니라 남모를 외로움과 고통 속에 살았던 딱한 사람들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헤아려진다.
나와 똑같이 연약한 인간인 그들에게 포도즙을 짜는 듯한 고민과 포도주 틀 안의 은밀한 기도가 있었음을.
그리고 그들을 그 자리에 서도록 붙들어 주신, 그 시간 그 자리에서 그들만 경험했던 하나님의 은혜를.
나도 그렇게 붙잡아달라고 간구한다.
그들이 고독과 고통 속에 기다렸듯이 나도 기다릴 수 있게 해달라고.
이 자리는 큰 가슴으로 지역과 사람을 품고 마음껏 축복하기도 하고,
벌거벗은 내 영혼의 신음이 나오기도 하는 이율배반적인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