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 단상

난 대학생 때부터 내 셔츠를 다려 입었다.
덕분에 난 유일하게 교복을 입어보지 못한 89학번인데도 셔츠를 빠르게 잘 다린다.
수트를 입을 땐 아주 가끔씩 셔츠 칼라와 V존만 다리는 요령을 피우기도 했다.

폭염이 지속되어 내일부터 재킷없이 반팔셔츠에 넥타이만 할 생각이다.
오랜만에 반팔셔츠를 꺼내 다린다.
2018년까지 반팔 셔츠를 입다가 2019년과 2020년에는 여름에도 수트를 입어야 해서 긴팔셔츠만 입었기 때문이다.

4년 만에 다리는 반팔셔츠를 보며 여러 생각이 스친다.
남서울평촌교회, 서울광염교회, 낮은울타리교회까지.
그동안 참 많은 일들과 큰 변화가 있었다.
나도 힘들었는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반팔셔츠 군데군데 실오라기가 나왔다.
나만 아는 내 모습같아 한참을 쳐다봤다.
그냥 입을 수 없을 것 같아 칼로 잘랐다.

잘 다려도 내일 안전벨트 한 번 매고 나면 금방 구겨진다.
요즘 공부하는 전도서에 자주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열심히 다린 것이 ‘무슨 유익이 있으랴’
토요일 밤이 깊어갈수록 목사의 생각도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