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문제가 생겨 아침 8시 30분에 송정에 있는 공장에 수리를 맡겼다.
공장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폰으로 버스 편을 알아 보니 약 17분 뒤에 도착하는 버스로 9분을 타고 내려서 8분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합 34분이다.
걸으면 1시간 3분이 걸린단다.
15분 동안 매연을 맡으며 기다리느니 땀을 흘리더라도 걷기를 선택했다.
소나기가 예보되어 습기가 가득해서 이내 땀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아침에 먹은 맘모스 빵의 당분을 뺀다는 생각에 힘차게 송정 옛길로 걸었다.
평소 승용차로 5분여 만에 휙 지나는 곳을 걸으니 평소 놓쳤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요양할 때 자주 듣던 장기하의 노래 가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
세상은 나를 달려가게 만들지만
심지어 한국 기독교가 나를 쉬지 못하게 만들지만
이제는 천천히 걸어야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쉬지 않아 나도 모르게 잃어 버린 것들을 다시 잃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빨리 가려고 애쓸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내 걸음이 많이 빨라졌는지 40분 만에 도착했다.
여러 모로 유익한 4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