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성경공부(31) – 전 9:7-11

“전도서 9장 7절부터 10절까지에서 전도자가 ‘모름지기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한 내용이 각 절마다 나옵니다. 한번 찾아보시겠어요?”
반복하는 표현이 아니라 시간이 좀 걸린다.
힌트가 필요했다.
“끝날 때 ‘~지어다’식으로 마칩니다”
힌트가 컸는지 금방 찾아냈다.
“7절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음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8절 ‘네 의복을 항상 희게 하며 네 머리에 향 기름을 그치지 아니하도록 할지니라’, 9절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10절 ‘네 손이 일을 얻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지어다’. 힌트를 주시니 쉽네요”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라 좀 어렵게 느껴지셨겠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문장도 단어처럼 반복되고 있다면 그 단락에서는 그 부분을 강조하는 겁니다”

“이제 반복되는 단어도 찾아보시겠어요? 문장도 찾으셨으니 단어는 쉽겠죠?”
“기쁨, 즐거움?”
“예, 맞습니다. 3번 반복되죠”
“그다음 반복되는 단어도 찾아 보세요”
“헛된?”
“맞습니다. 2번 반복됩니다. 전도서에 자주 ‘헛된’이란 단어가 반복되는데, 전도서는 분명히 허무주의 입장이 아닙니다. 허무하고 의미없는 인생인데 즐거워하라고 하고, 깔끔하게 하라고 하고, 열심히 살라고 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지요. 여기서 ‘헛된’의 의미는 인생이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안개와도 같다는 겁니다. 10절에 ‘네가 장차 들어갈 스올’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인생은 언젠가 죽을 존재라는 거죠. 언젠가는 죽을 존재이고,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안개와도 같은 인생인데, 전도자는 7절 뒷부분에서 좀 의아한 표현을 씁니다. ‘하나님이 네가 하는 일들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 헛된 안개와도 같은 인생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다니요? 이건 하나님이 인간의 삶의 한계와 본분을 하나님이 정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정하신 대로 열심히 일하고, 단정하게 살고, 가족들과 이웃들과 먹고 마시는 것을 즐거워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떠세요? 우리가 사는 모습이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는 것같이 허무하게 보일 때가 있지 않으세요?”
“가끔 그럴 때도 있지요”
“가끔요? 저는 자주 그런데요. 인생을 아주 긍정적으로 열심히 잘 사셔서 그런 모양입니다. 어떻게 보면 비록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는 것처럼 반복되는 인생이지만 그 안에 개인과 이웃, 그리고 이미 전도자가 언급했지만 하나님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인간이 찾을 수 있는 존재 의미입니다”
“관계가 핵심이군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60년 가까이 열심히 사신 분들이 보는 인생은 인생 최고의 지혜자라는 솔로몬이 본 인생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11절에서 반복하는 단어를 찾아보세요”
“아니며”
“예, 한 절에 5번이나 반복되니까 눈에 확 들어옵니다. 전도서는 시가서이니까 이렇게 반복하며 의미도 강조하고 시적 분위기도 살리는 거죠”
“그럼 시가서들을 처음부터 시처럼 편집하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저도 아쉬워서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요. 아마 그러면 성경이 두 배로 두꺼워질걸요. 그럼 사람들이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할걸요. 갖고 다니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요”
“ㅎㅎ 그러네요”
“방금 찾은 ‘아니며’ 앞에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떤 사람들인지 찾아보세요”
“빠른 경주자들, 용사들, 지혜자들, 명철자들, 지식인들”
“다른 단어들인데도 잘 찾으셨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잘 나가는 사람들이네요”
“ㅎㅎ 맞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고, 사람들이 되고 싶어하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다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11절에서 본 것처럼 세상 돌아가는 일이 똑똑한 그들의 뜻대로, 성공한 그들의 능력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전도자는 분명히 ‘그렇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11절 마지막에 전도자는 ‘시기와 기회는 그들 모두에게 임함이니라’라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이 생깁니다. 세상은 토끼들이 서로 자지 말자고 연합해서 거북이가 절대 이기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고, 개천을 복개해 버려 용이 나지 못하도록 만들더라도 세상은 하나님이 주관하십니다. 시기와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임하도록 하신다는 겁니다. 정말 은혜와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우리 자녀들이 꼭 읽어야 될 말씀이네요”
“그럼요. 자녀들이 세상은 고정된 시스템에 의해 지배되고, 자신은 그 시스템의 부속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속에 사는 존재라는 걸 알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