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나는 다른 교단 배경으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들어갔다.
당시 부산노회에 가입하려면 노회 소속 목사님의 추천서가 필요했는데, 그 추천서를 써 주신 분이 박성호 목사님이다.
박 목사님은 교회법을 잘 알아 ‘법통’이란 별명이 있었는데, 때문에 노회나 총회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셨고, 부산지역 기독교연합회 활동도 많이 하신 것으로 안다.
나는 1999년부터 남서울평촌교회가 있는 경기중노회로 옮겼지만 박 목사님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고, 총회에서 뵙기도 했다.
내가 다시 20년이 넘어 부산노회로 돌아왔을 때, 반갑게 맞아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박 목사님이 어제 10월 26일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1년 전 노회에서 어려움을 당한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너무 신경을 쓰고 과로한 나머지 쓰러지셨고 의식을 잃으셨다.
병원에서는 곧 돌아가실 것이라 했는데 1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교회는 새로운 담임목사님을 맞았고, 지난 10월 15일 위임식도 마쳤다.
이제 안심이 되셨나 보다.
어제는 수요일이라 다른 목사님들이 수요예배로 조문이나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 일찍 조문했다.
빈소에서 박 목사님의 사진을 한참 쳐다봤다.
생전에 그러셨듯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일부러 후임목사님이 인도하는 첫 예배 시간을 맞췄다.
나도 선친을 여의고 첫 예배때 첫 찬송을 부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유가족과 박 목사님의 신앙지도를 받았던 푸른초장교회 성도들도 찬송을 부르며 많이 흐느꼈다.
“박 목사님,
물론 아쉬움도 많으시겠지만 또 흐뭇하시기도 하시겠습니다.
저는 가끔이지만 후임 목사가 제 장례예배를 집례하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있거든요.
그 때의 저는 가능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저는 좀 어려울 것 같아 목사님이 부럽기도 합니다.
다시 부산에 내려와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지금 제게 아쉬움이 남는 건 흡족할 만큼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난 1년간 많은 이야기를 담아 두셨을 것 같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천국 가서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