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용하던 맥북이 문제가 생겼다.
키보드와 패드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당장 돌아오는 주일 예배의 설교준비와 주보작성을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가 아팠다.
서비스센터에서는 마치 기판에 음료수를 쏟은 것과 같은 증상이라고 했다.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와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유선 키보드와 유선 마우스를 구입하고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어차피 5년이나 된 노트북이라 비싼 수리비를 들여도 금방 다른 곳에서 고장이 날 확률이 높아 데스크탑처럼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장비를 다 챙기면 휴대할 수도 있지만 너무 번거로운 일이라 앞으로 노트북 작업은 낮은울타리에서만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기계치 목사가 겪는 에피소드로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런데 그 글을 본 어떤 분이 지인들과 마음을 모아 새 노트북을 살 수 있는 돈을 송금해 주셨다.
너무 의외의 일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마치 무언가를 바라고 글을 올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마음이 복잡했다.
일단 연락주신 분께는 쉽지 않은 마음을 표현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나는 어떤 사양의 맥북을 사야할지 고민됐다.
이런 걸 잘 아는 목사님에게 물어 정보를 받아, 내가 주로 사용하는 문서작성이나 기본적인 영상편집 정도에 유용한 사양으로 주문했다.
맥북의 상징색인 실버로 할까 생각했지만 실버를 포기하면 13만원이나 싸게 살 수 있어 색깔욕심을 포기했다.
바로 다음날 새 맥북이 도착했다.
내 앞에 놓여있는 맥북을 보고 너무 얼떨떨해서 포장을 뜯지도 못하고 한동안 두었다.
낮은울타리 기도상에 올려놓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올렸다.
포장을 뜯었지만 나는 초기 설정 같은 걸 할 줄 몰라 또 아는 목사님께 도움을 청했다.
토요일 오후부터 밤 9시 무렵까지 기존 에러났던 맥북과 새 맥북을 업데이트 시키고, 기존 맥북에 있던 자료를 새 맥북에서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물론 이런 일에 능통한 목사님이 화상통화를 하며 시키는대로 한 것이다.
나는 하라는대로 한 것밖에 없고 중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새 맥북이 기존 자료를 불러서 잘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을 때, 입으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도 다리는 맥이 풀려 주저앉았다.
화요일 에러를 경험해서 당황했고,
수요일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비를 듣고 막막했고,
목요일 유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며 안도했고,
금요일 연락 후 바로 송금을 받고 얼떨떨했고,
토요일 새 맥북을 받고 너무도 감사했다.
너무도 다이나믹한 한 주간이었다.
하나님의 일하심과 채우심이 너무도 신묘막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