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캠퍼스에서

대구 한마음교회(담임 서은철 목사) 오전 11시 주일예배에 설교하러 부산에서 일찍 출발했더니 너무 일찍 도착했다.
시간 여유가 있어 경북대 캠퍼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한마음교회가 경북대학교 바로 옆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아직 봄을 맞지 않은 캠퍼스는 사람도 거의 없고 나무는 가지만 앙상해서 고즈넉하기보다는 을씨년스러웠다.
문득 경북대에 유명하다는 가로수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내가 대학생때 대구에 놀러왔다가 높은 나무들 사이로 걸었던 기억이 났다.
차를 세우고 창을 내려 캠퍼스를 지나던 학생에게 경북대에 유명한 가로수길이 어디있는지 물었다.
갓 스무 살처럼 보이는 학생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단풍나무길과 벚꽃나무길을 가르쳐주었다.
벚꽃나무는 키가 작아서 내가 걸었던 길이 아니기에 단풍나무길로 갔다.

단풍나무길엔 드물게 산책하는 사람이 보였다.
20대 때에는 아주 크고 높게 보였는데 앙상한 가지만 있기 때문인지 그때와는 마음이 달라서인지 지금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단풍나무길을 걸었던 20대의 나는 청춘이었지만 청춘의 마음을 갖지 못했다.
그땐 왜 그렇게 경직되었고 무엇엔가 눌려 청춘을 청춘답게 보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30년 만에 바로 그 길을 걸으며 나는 깊은 아쉬움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