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과 평안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창궐했던 2020년 세계 유수의 저널이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를 작년에 구입하고 조금 읽다가 말았다.
2월 24일(월) 저녁부터 25일(화) 저녁까지 제주 영어마을교회(담임 이석재 목사)의 말씀집회에서 설교를 맡아 제주를 가는 길에 공항 대합실이나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이버 이미지 캡처 강신욱]

추천사 등 몇 장 넘기지 않았을 때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와서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혼돈이 그 사람을 집어삼킬 것이다.’
내가 ‘혼돈(混沌/渾沌, chaos)’이란 어려운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릴 때 성경을 통해서였다.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3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창세기 1:1-3)

그때 내게 다가온 ‘혼돈’의 의미지는 마치 ‘사탄’과도 같았다.
그런데 요즘 내 일상과 인생의 큰 흐름은 혼돈에 빠진 것 같다.
제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이 ‘혼돈’이란 단어에 빠져있었다.

제주에서 날 강사로 초청한 교회에서 내가 할 첫 설교의 제목이 아이러니하게도 ‘참 평안’이다.
만약 인생이 평안하다면 이런 제목의 설교를 할 필요도 없고 들으려는 자도 없을 것이다.
나는 나를 향한 설교를 해야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