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면회

나와 매주 성경공부를 하는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입소 청소년 중 한 명이 외부의 다른 청소년과 시비가 붙어 소년원에 들어갔다.
퇴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여서 나는 너무 속이 상했다.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센터장님께 내가 면회를 하고 싶다고 청했더니, 내가 면회를 가면 아마 그 아이가 많이 놀라고 마음에 감동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원래 소년원은 부모나 관계인이 아니면 면회가 되지 않는다며 면회를 할 수 있는 서류를 따로 발급해주었다.

소년원에 가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입구 사무실에 휴대폰 등 소지품을 맡기고 출입증과 지갑만 들고 소년원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햇볕을 맞으며 인적 없는 경내를 걷고 긴 계단을 올라가 면회실에 들어섰을 땐 에어컨을 켜주길 바랬다.
하지만 곧 에어컨이 필요없었다.
나는 면회자로서 절차를 거쳐 면회실에 앉았을 뿐인데도 기분 나쁜 서늘함이 나를 덮었다.

5분 여 기다렸을까,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멀미를 하지 않는 내가 메스꺼움을 느낄 정도로 그 장소나 분위기가 거북했다.
이내 계단을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가 면회를 신청했던 그 아이의 옆모습이 먼저 보였다.

아이가 이쪽을 향해 돌아섰을 때 나는 손짓을 했다.
처음에는 나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대부분 가족이 면회를 오고, 가끔 보호시설 선생님들이 면회를 오는데, 제일 앞줄에서 내가 손을 흔드니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아이는 날 보고 눈이 동그래졌으나 아주 태연한 듯 내 앞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아이는 명랑했던 평소와는 달리 굳은 표정으로 배꼽인사를 해서 내가 어색할 정도였다.
아이는 인사를 하고도 배꼽인사 자세를 풀지 않았다.
”잘 지냈니? 팔을 계속 그렇게 하고 있어야 하니?“
”아니요.“
아이는 그제서야 팔을 편안하게 내려놨다.
“내가 와서 놀랐지?”
“예, 선생님이라고 해서 시설의 선생님인 줄 알았어요. 근데 목사님이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
“일단 이것 좀 먹어라. 이런 데 있으면 달고 짠 게 먹고 싶잖아.”
난 미리 매점에서 구입한 콜라와 월드콘과 프링글스를 내밀었다.
아이는 선뜻 손을 내밀어 먹지 못했다.
몇 번이나 권한 후 내가 콜라 캔을 따서 주니 그때 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면회는 30분간 진행됐고, 금방 지나갔다.
아이의 표정이 좀 풀리고 부드럽게 대화가 진행되는 듯하는데 면회시간이 3분 남았다는 직원의 소리가 다시 마음을 경직시켰다.
“정말 후회해요. 여기서는 죽은 듯 살거예요.”
“죽은 듯하지 말고 정말 성질 죽여야지.”
“예.”
아이는 살짝 웃었다.
“목사님,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계속 기도할게.”
다시 배꼽인사 손을 하고 줄지어 돌아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면회소를 나와 다시 소년원 정문을 향하는 내 몸엔 체한 듯한 답답함이 가득했지만 뭉게구름이 떠있는 하늘은 아름답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