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1 낮은울타리예배

우리집은 달맞이길 와우산 중턱인 해발 80미터에 있다.
그래서 산바람 덕분에 한여름이 아니면 다른 곳보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다.
주일 아침 기온도 제법 시원해서 얇지만 긴팔 셔츠를 입고 낮은울타리로 갔다.
집으로 가져갔던 책 일곱 권이 든 가방을 따로 들고, 낮은울타리에서 사용한 후 빨고 건조시킨 수건 등을 백팩에 넣고 걸었더니 금방 땀이 나기 시작했다.
여름은 여름이다.
낮은울타리에 도착하자마자 실외기 앞 베란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켰다.

다행히 시원한 기운이 낮은울타리를 채웠을 때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도착했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한 식구를 향해 내가 말했다.
“많이 더우시죠? 오늘은 시원하게 머리를 묶으셨네요.”
“아, 네, ㅎㅎ”
쑥스러운 듯 점심 식사 보따리를 내려놓으셨다.

지난 주일 예배 찬송할 때 잘 모르는 찬송이라서 유튜브를 틀었던 것이 좋았나 보다.
이번에도 찬송할 때 유튜브를 켰으면 했다.
사실 초기에 반주 앱을 켰는데 음정과 박자를 조절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기계적인 반주음이 맘에 들지 않아 중단했었다.
이번 곡도 음폭이 커서 유튜브를 켜면 제대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음정을 조절할 수 있는 앱을 켜겠다고 하고, 좀 길지만 설교 내용에 부합하는 찬송을 4절까지 다 불렀다.

예배 후 식사하며 대화를 나눴다.
먼저 식구 중 한 명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윤곽을 잡은 것 같다.
주중에는 알아보고 주일에는 의논한지 한 달이 넘었다.
내 일처럼 여기고 알아보고, 한 마음으로 의논해 준 식구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여름 일정에 대해서도 의논했다.
다들 내가 지난 여름에 방학을 하지 않고 무리해서 건강을 상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방학을 제대로 실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 언급이 참 따뜻하고 고마웠다.
그래서 7월 첫 주일부터 방학을 하기로 했다.
나는 여름방학 동안 미뤄뒀던 책 원고를 쓰기로 했다.

다음 주일 종강을 하기로 했는데, 둥지 청소년들 중 낮은울타리를 방문했던 아이들이 모두 퇴소했기 때문에 이번 아이들이 낮은울타리에 오고 싶어한다고 하자 이 아이들을 종강예배에 초대하자고 했다.
연락을 했더니 둥지는 이미 잡힌 일정이 있어서 우리끼리 모임을 하기로 했다.
대신 8월 23일 오후 3시에 ‘모든 이야기의 시작 – 신화에서 계시로’ 책을 쓴 정우조 목사님을 모시고 개강수련회를 열고 저녁 식사를 같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