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달맞이길 와우산 중턱인 해발 80미터에 있다.
그래서 산바람 덕분에 한여름이 아니면 다른 곳보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다.
주일 아침 기온도 제법 시원해서 얇지만 긴팔 셔츠를 입고 낮은울타리로 갔다.
집으로 가져갔던 책 일곱 권이 든 가방을 따로 들고, 낮은울타리에서 사용한 후 빨고 건조시킨 수건 등을 백팩에 넣고 걸었더니 금방 땀이 나기 시작했다.
여름은 여름이다.
낮은울타리에 도착하자마자 실외기 앞 베란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켰다.
다행히 시원한 기운이 낮은울타리를 채웠을 때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도착했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한 식구를 향해 내가 말했다.
“많이 더우시죠? 오늘은 시원하게 머리를 묶으셨네요.”
“아, 네, ㅎㅎ”
쑥스러운 듯 점심 식사 보따리를 내려놓으셨다.
지난 주일 예배 찬송할 때 잘 모르는 찬송이라서 유튜브를 틀었던 것이 좋았나 보다.
이번에도 찬송할 때 유튜브를 켰으면 했다.
사실 초기에 반주 앱을 켰는데 음정과 박자를 조절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기계적인 반주음이 맘에 들지 않아 중단했었다.
이번 곡도 음폭이 커서 유튜브를 켜면 제대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음정을 조절할 수 있는 앱을 켜겠다고 하고, 좀 길지만 설교 내용에 부합하는 찬송을 4절까지 다 불렀다.
예배 후 식사하며 대화를 나눴다.
먼저 식구 중 한 명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윤곽을 잡은 것 같다.
주중에는 알아보고 주일에는 의논한지 한 달이 넘었다.
내 일처럼 여기고 알아보고, 한 마음으로 의논해 준 식구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여름 일정에 대해서도 의논했다.
다들 내가 지난 여름에 방학을 하지 않고 무리해서 건강을 상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방학을 제대로 실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 언급이 참 따뜻하고 고마웠다.
그래서 7월 첫 주일부터 방학을 하기로 했다.
나는 여름방학 동안 미뤄뒀던 책 원고를 쓰기로 했다.
다음 주일 종강을 하기로 했는데, 둥지 청소년들 중 낮은울타리를 방문했던 아이들이 모두 퇴소했기 때문에 이번 아이들이 낮은울타리에 오고 싶어한다고 하자 이 아이들을 종강예배에 초대하자고 했다.
연락을 했더니 둥지는 이미 잡힌 일정이 있어서 우리끼리 모임을 하기로 했다.
대신 8월 23일 오후 3시에 ‘모든 이야기의 시작 – 신화에서 계시로’ 책을 쓴 정우조 목사님을 모시고 개강수련회를 열고 저녁 식사를 같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