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을 발견하는 기쁨

제주도로 요양을 떠나기 전 마음이 걸렸던 건 여인초였다.
6년 전 부산에 이사올 때 30년 된 아파트를 깨끗하게 고쳐주신 인테리어 업체 대표님으로부터 입주 선물로 받은 것이다.
이 여인초를 키우는 것이 내 몫이었다.
아침에 베란다로 끌어내 물을 주고 오후나 저녁에 들여놓기를 수백 번 한 것 같다.
약 20일간 제주 요양을 떠나기 전 그새 시들지는 않을까 염려해서 물을 잔뜩 먹여뒀다.

요양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아침,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여인초에 물을 주는 것이었다.
안부를 묻고 샤워를 시키듯 물을 듬뿍 줬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 새순이 돋아나는 게 보였다.
큰 줄기나 이파리들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엔 결코 작아보이지 않는다.
그 생기가 고맙고 감동이었다.

이제 다시 물 주는 일을 시작한다.
내가 새순을 돋아나게 할 수는 없다.
다만 돋아난 새순을 발견하고 기뻐할 수 있음이 좋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