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내는 친구의 생일

고교 시절 친구가 생일인데 같이 식사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내가 시간을 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시간을 내겠다고 했는데 몸이 좋지 않아 친구의 연락을 받고 겨우 일어났다.
친구는 내 음성을 듣더니 집에서 약 먹고 쉬라고 했지만 어찌 그럴 수 있나.

작은 케이크를 사들고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그 사이 친구가 준비한 파스타는 불었다.
친구는 미안해했지만 나는 위가 약한 내게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하고 맛있게 먹었다.

마침 월드컵 체코전을 할 때였는데, 하프타임 때 생일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나이대로 초를 꽂는 게 싫어 happy birthday 초를 골랐는데 초가 너무 빨리 녹아서 생일 축하노래는 ‘생일 축하합니다’만 불렀다.
케이크를 나눠 먹고 보는 후반전에서 역전승을 거둬 정말 기뻤다.

친구와 나는 이내 리클라이너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잠이 들었다.
한 시간쯤 시간이 흐른 후 아직 자고 있는 친구를 깨워 할 일이 있다며 집을 나섰다.
내가 월드컵 굿즈가 든 코카콜라 한 박스를 선물로 들고 갔는데, 친구는 그 선물이 너무 맘에 든다며 고맙다고 사진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