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복음 – 빅뱅

둥지에 가기 전 초코바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르면 가끔씩 1+1이나 2+1 행사를 할 때가 있다.
그러면 둥지 청소년 숫자보다 넉넉하게 사서 더 먹고 싶다는 아이에게 더 주기도 한다.
둥지에 새로운 아이가 왔는데, 완전 부산 토박이 사투리를 쓴다.
내 오른편 옆자리에 앉아 초코바를 받아 한 입 먹더니 거침없이 “달달~하네.”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또 한 아이는 고등학생인데 가정 환경이 좋고 공부도 제법 잘하는 아이라고 했다.
이 아이는 내가 목사라고 하자 “하나님이 우주를 만드신 게 맞아요? 우주는 빅뱅으로 생긴 것 아니예요?”라고 물었다.
이런 질문은 둥지에서 처음 받아봐서 놀랍고도 반가왔다.
“우주가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어. 다만 다양한 과학적 증거나 수학적 계산으로 측정할 뿐이야. 현재는 빅뱅 이론이 대세이고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라고 하더라. 혹시 스티븐 호킹 박사라고 들어봤니?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인데 탁월한 과학자야.”
“들어봤어요.”
“그분이 빅뱅 이론을 다룬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썼거든. 서점에서 봤는데 너무 두껍고 어려워서 못읽겠더라. 그래서 쉽게 쓰여진 ‘청소년을 위한 시간의 역사’를 사서 읽었어. 거기에는 우주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도 빅뱅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적혀 있더라. ‘그럼 빅뱅 이전에는 시간과 공간도 없었다는 말인가?’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일단 거기엔 그렇다고 적혀 있어. 우리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이지. 그런데 현재의 우주가 빅뱅으로 시간과 공간이 펼쳐지기 이전에는 원자와 광자와 에너지가 고도로 응축된 상태로 있었다는 거야. 창세기는 과학책이 아니니까 과학자들이 이제까지 발견한 물리 법칙으로 그렇다면 수긍해야지. 문제는 그 응축된 덩어리는 어떻게 생겼는지 현재 과학으로는 대답하지 못해. ‘처음에 뭐가 있었는데, 빅뱅으로 지금 이렇게 되었다.’라고 설명하는 거야. 스티븐 호킹도 그 처음 물질의 생성에 대해서는 별로 무겁게 다루지 않았어. 그냥 ‘신이 만들었겠지.’ 수준이야. 스티븐 호킹은 신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신이 만들었다는 말은 현재 과학적 방법으로는 알 수 없다는 거지. 옛날 철학자들도 우주의 근본에 대해 고민을 했어. 니네들 혹시 탈레스라고 들어봤니?”
“아니오.”
“기원전 6세기에 그리스에서 만물의 근본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흔적을 남긴 최초의 사람이야. 이 사람은 그걸 ‘물’이라고 봤어. 그 후로도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본에 대한 고민을 해서 어떤 사람은 ‘불’이다, 또 어떤 사람은 ‘흙’이다, 다른 사람은 ‘공기’라고 말했어. 이 물, 불, 흙, 공기 네 가지를 4원소라고 해. 만물이 물, 불, 흙, 공기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그럼 물, 불, 흙, 공기는 어디에서 나왔냐는 의문이 생겨. 그래서 그들은 그걸 ‘제1원인’에 의해서 생겼다고 정했어. 제1원인이 무엇인지는 대답을 못해. 그건 철학의 영역이 아니니까. 그게 바로 신인 거지. 기독교는 아직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우주와 만물의 최초 시작이 바로 하나님이시라고 믿는 거야. 설명이 됐니?”
“빅뱅에 대해서 공부를 좀 더 해야 되겠어요.”
“공부한다니까 참 반갑다. 공부해서 또 이야기하자. 니네들은 우주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 어땠니?”
“초등학교 때 WHY 책에서 읽었던 것 같아요.”
“오~ WHY 책 읽었구나. 그걸 기억하다니 ㅎㅎㅎ”
“너무 어려워요.”
“꼭 알아야 돼요?”
“관심 없어요.”
“그렇구나. 골치 아픈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 그냥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정도만 알아두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