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들 한다.
T.S.엘리엇이란 시인이 그의 ‘황무지’라는 시에서 언급했던 표현이다.
1차 대전 후 인간이 하는 짓의 말로를 경험한 시인의 고백이었으리라.
인간의 심성은 예나 지금이나 황무지이며 가시덤불이며 묵은 땅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렘 4:3)고 하셨다.
어떻게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겔 11:19)을 만들 수 있을까 늘 고민이고 기도제목이다.
일단 사랑으로 다가가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이웃'(눅 10:36)이 되려고 한다.
4월 동안 낮은울타리에는 4개의 설교동영상을 포함한 38개의 글을 올렸다.
글이라는 것이 늘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렵다.
어떤 날은 몇 개씩 쓸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며칠씩 글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억지로 글을 만들어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미 그런 것에 매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4월 12일 부산노회에 참석해 목사의 적을 옮겼다.
1997년 가을 부산노회에 첫 가입을 했으니 20년 너머만에 부산노회로 돌아왔다.
아는 얼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함 보다는 오랜 기간 떠나 있어 익숙하지 않은 어색함이 더 많았다.
앞에 나가 인사말로 소회를 전하고 내가 하려는 사역을 소개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이 대다수이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비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목사의 길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다수가 안타깝게도 목사이다.
고등학교 선배를 만났고, 대학 동기들 6명을 만났다.
수도권에서 중형 교회의 담임목사로 제법 좋은 대우를 받으며 잘 지내고 있다고 들었는데 불쑥 나타난 이유를 물었다.
성공한 목회자가 아니라 사람의 이웃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오히려 비신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어려운 결심했다고 격려해 주는 것이 신기하다.
여러가지 일로 지쳐 있는 한 친구를 갑자기 불러내 경주까지 드라이브를 했다.
다리를 다친 고등학생 아들 하교를 챙겨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밥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것이 전부이지만 친구는 너무도 고마워했다.
내가 매이지 않은 형편이라 이런 일을 해줄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서울광염교회 교역자 두 사람이 기독교 순교자에 관련된 영상자료를 만드는데 내가 진해의 김씨박물관과 장기려 공연을 준비하는 팀을 소개한 일이 있다.
15일 취재차 부산까지 내려왔기에 안내하며 나도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목사님 부부 네 커플을 만났다.
세 커플은 대구, 부천, 일산에서 사연을 갖고 오신 분들이다.
같이 식사도 하거나, 드라이브를 하거나, 바닷가를 걷기도 하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4월에도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했다.
꾸준히 후원해 주시는 분도 있고, 갑자기 의외의 분이 후원하시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모르는 분이라 감사의 표현도 할 수 없는 분도 있다.
동떨어져 통상적이지 않은 사역을 한다는 나와 우리 가정을 기억해 주시는 것 자체가 참 감사하다.
영상성경공부강의인 ‘내 마음의 로마서’를 책으로 내기 위해 원고로 정리하는 작업은 속도가 나지 않는다.
말과 글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4월도 “하나님과 여러분들의 은혜와 사랑으로 지났구나”라는 고백만 남는 것 같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