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2명과 성경공부(8) – 계시록 13:1-4

모임 장소로 정한 카페에 늘 내가 먼저 가서 음료를 주문하여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침부터 전화 10통을 주고 받을 일이 있어 5분 정도 늦었다.
약속 시간 10분 전에 사정이 있어 조금 늦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어제 계시록 13장 본문을 단톡방에 미리 보냈다.
너무 상징적인 의미가 많아 사실 미리 읽어봐야 예습효과가 전혀 없다.
“12장 복습을 하겠습니다. 여인은요?”
“교회”
“아이는요?”
“예수님”
“용은요?”
“마귀”
“광야는요?”
“세상”
“그 정도면 됐습니다”

“1절에 바다에서 한 짐승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성경에서 ‘바다’는 발이 닿지 않는 곳, 혼돈과 깊음,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곳,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입니다. 거기에서 ‘짐승’이 나오는데 이 짐승은 진짜 짐승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 제도를 의미합니다”
바다와 짐승에 대한 설명만 했는데, 바다=혼란, 짐승=제국, 이렇게 메모를 하고는 뭔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말하는 나도 그 기분이 이해됐다.

계시록에서는 워낙 상징적인 내용이 많아 질문을 하기가 곤란하다.
본문을 관찰하는 질문이라도 해야 상대가 입이라도 떼게 생겼다.
“짐승에게 뿔이 몇 개라고요?”
“열 개요”
“여기서 뿔은 능력을 상징합니다. 폰으로 미켈란젤로가 만든 모세상을 한번 검색해 보시겠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KT 통신장애가 그 때 있었나 보다.
다들 인터넷이 안된다고 하고, 한 명만 사진을 찾아서 보여줬다.

“모세 머리 앞 부분에 뿔이 있죠?”
“머리카락 아닌가요?”
“확대해서 자세히 보세요”
“어, 진짜 뿔이네. 생각도 못했어요”
“보통 마귀가 갖고 있을 것 같은 뿔을 모세의 머리에 붙여 놨습니다. 이건 모세가 홍해도 가르고, 다른 많은 기적을 행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몇 개지요?”
“일곱이요”
“머리가 일곱인데 뿔이 열이면 숫자가 맞지 않지요? 어떤 머리는 뿔이 두 개일수도 있고, 어떤 머리는 하나일 수도 있고. 이 ‘머리’는 정보나 지식을 말합니다. 사람의 머리가 하나만 있어도 많은 지식을 담을 수 있는데 머리가 일곱이나 되니 대단하겠지요?”
머리가 여러 개라고 하면 흉칙하게만 여겼는데 그것이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의미한다는 것이 오히려 재밌게 다가온 인상이었다.

“그 머리에 뭐가 있다고요?”
“신성모독하는 이름들요”
“신성모독은 하나님을 무시하는 표현을 말합니다. 방대한 지식과 정보로 제국이든 제도이든 인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걸 봐라, 하나님은 없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2절에 그 짐승의 생김새에 대해 말하는데, 표범같이 생긴 놈이 곰의 발과 사자의 입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각 맹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표현했습니다. 표범의 날렵한 몸, 한 번 내리치면 어떤 짐승도 죽는다는 곰의 발, 물어 버리면 끝장인 사자의 입. 그 짐승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용이 나왔습니다. 용은 무엇이죠?”
“마귀요”
용=마귀 정도는 이제 눈감고도 맞추는 수준이 됐다.
“용이 그 짐승에게 능력과 보좌와 권세를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역사에서 제국과 제도가 강력했다는 것이지요. 앗시리아, 바벨론, 페르시아, 로마… 대륙을 넘어서는 대제국들입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권세와 능력이죠. 거의 자기들이 상상할 수 있는 신에 버금가는”

“그런데 사건이 하나 생깁니다. 머리 하나가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일이 생긴 겁니다. 이 짐승이 무엇이라고 했죠?”
“제국요”
“세계사의 사건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로마라는 지중해를 내해로 하고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는 대제국이 망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위세를 떨쳤기에 그 시대에는 ‘로마’ 그러면 모두 그 이름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런 로마가 멸망했습니다. 유럽은 각각 민족별, 지역별로 작은 나라들이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그들 속에는 막연한 동경 같은 게 있었습니다. 강력한 제국 로마를 향한. 프랑크족 샤를마뉴 대제가 서유럽을 거의 통일하고 강력한 왕국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당시 교황이었던 레오3세에게 교황이 직접 다스리는 땅을 주었습니다.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입지가 약했던 레오3세는 샤를마뉴 대제에게 로마 황제의 관을 씌워주었고, 그 나라의 이름은 신성로마제국이 됐습니다. 위대한 로마제국이 다시 부활한 것이지요. 왕권으로는 샤를마뉴 대제, 교권으로는 레오3세에게 모든 나라와 민족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샤를마뉴 대제의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왕의 호칭이나 이름에 남아 있습니다. 영어식 이름 찰스, 스페인어식 이름 카를로스, 프랑스 이름 샤를이 다 여기에서 왔습니다. 4절에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용에게 경배하며 다시 살아난 짐승에게 경배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죠. 당시 교황은 신성로마제국에 대항하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4절 마지막에 있는 ‘누가 이 짐승과 같으냐, 누가 능히 이와 더불어 싸우리요’가 그런 모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고 교황이 용이고, 샤를마뉴 대제가 짐승 그 자체란 의미가 아닙니다. 약 2000년 전에 하나님이 환상을 보여주셨을 때 사도 요한의 눈에는 약 1000년 뒤에 일어날 일이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