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레슨을 받은 지 한 달이 되었다.
테니스장과 낮은울타리와 우리집은 거의 일직선 상이다.
어제도 레슨을 마치고 낮은울타리 옆을 지나오다가 아무 생각없이 문득 낮은울타리를 쳐다봤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낮은울타리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다.
빨리 가서 저녁 식사를 하려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쳐다 봤다.
나는 분명히 모든 불을 끄고 나왔는데 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걸으면서 봤으니 잘못 셌나 싶어 가만히 서서 아파트 위층에서부터 천천히 숫자를 세며 다시 셌다.
몇 번을 세도 불이 켜져 있었다.
‘아내가 잠시 들렀나? 아니지,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도둑이 들었나? 인건비도 안나올 텐데’
‘내가 환할 때 나와서 전등 끄는 걸 깜빡했나? 아닌데, 분명히 다 껐는데’
순간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바로 가서 확인할까 했으나 레슨에 너무 시달려 높은 지대에 있는 아파트까지 올라갈 힘이 없었다.
‘가져 갈 것은 없고, 어차피 내일 아침에 올 것이니 그 때 확인하자’ 생각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 조금 긴장한 채 낮은울타리의 문을 열었다.
‘누가 있으면 어떡하지? 마구 어지럽혀 있으면 어떡하지?’
문을 열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구석구석 돌아봤는데 켜져 있는 등도 하나도 없었다.
아무 일이 없는 게 안심이 되면서도 어제 그 일이 너무 이상했다.
‘그런데 왜 불이 켜져 있었지?’
낮은울타리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 보다가 깨달았다.
내가 우리집 층으로 낮은울타리 층을 계산한 것이다.
몇 번을 세고 또 손가락으로 허공에 찍으며 세면 뭐하나, 층수가 틀렸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젯밤에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