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사무실에서

얼마전 대학 후배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건을 정식으로 수임하기 전 상담을 하기로 했는데 의뢰인이 목사라는 것이다.
후배는 독실한 불교신자이기 때문에 목사의 세계와 교회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내가 동석해서 조언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후배 변호사는 내가 동석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최선을 다해 상담과 법적 조언을 해줬다.
그러나 아무래도 의뢰인 측에서는 좀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먼저 교계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공감을 표했다.
그리고 법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보기에 변호사가 권해주는 방안이 최선이니 교인들과 의논해서 잘 결정하시라고 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일어서려는데 의뢰인 목사님이 불교신자라고 밝힌 변호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게 기도를 청했다.
나는 황망한 일을 당한 목사님과 교회를 위로하시고 신원해 주실 것과 교회를 세우는데 당연히 사탄의 방해가 심할 것이니 목사님과 교회가 하나가 되어 큰 시험을 잘 감당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니 사모님과 동석한 교인들이 눈물을 닦았다.
놀라운 건 불교신자인 후배가 고개를 잘 들지 못하고 눈물을 닦는 것이다.
본인도 어쩔 줄 몰라 “내가 왜 이러지?”라고 했다.
일순 분위기가 어색해져 내가 농담을 했다.
“불교신자인 네가 목사 기도 듣고 눈물을 흘리면 부처님이 좀 서운해하실 것 같은데”
후배 변호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사람들도 웃고 넘어갔다.

나중에 후배 변호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평소에 자네가 얼마나 성심껏 상담하는지 볼 수 있어 감명 깊었소.”라고.
후배도 답문을 보냈다.
“안그래도 복잡한 일이 있어 속이 많이 상했는데, 선배 기도를 듣는데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실은 굶으려다가 선배가 사 온 팥빵을 먹었어요. 아주 맛있더라고요.”
“복잡한 일이 있었구만. 그래도 밥은 굶지 마쇼. 사실 자네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다오.”
“살아갈수록 삶이 참 어려운 것 같은데, 기도 덕분에 높고 긴 고갯길을 잘 넘어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감사합니다”
“법정 다툼까지 온 어려운 사람들을 주로 만나는데 멘탈 잘 챙기시오”
나중에 시간 내서 밥 한번 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