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보너스, 아니 생활비

중형 교회 담임목사로 있을 때와 대형 교회 부목사로 있을 때 12월이면 기본급의 100% 보너스를 받았다.
이게 빠듯하게 버텨왔던 입장에선 얼마나 단비같고 숨통이 트이는 지 모른다.
그런데 낮은울타리 사역을 하며 선교사처럼 후원을 받는 입장이 되고 보니 보너스는 고사하고 매달 카드대금 맞추기도 벅차다.

속담으로 하면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이고, 사자성어로 하면 ‘동병상련’이다.
주변에 보너스는 고사하고 생활비가 모자라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없는, 공교롭게도 남들 보너스 받는 12월에 그런 형편에 빠진 목회자 소식을 들었다.
낮은울타리도 주일 예배를 하면서 모인 연보가 있다.
아직 나는 여기에서 생활비를 받지 않는다.
낮은울타리 월세와 운영비로 쓰고 남는 것을 선교와 구제에 사용한다.
목회자 3명에게 계좌를 묻고 각각 50만원씩 보냈다.
다들 돈을 보내겠다는 소식을 듣고는 펄쩍 뛴다.
“목사님, 낮은울타리도 빠듯할텐데…”
“두어 달 월세 낼 건 남겨뒀으니 안심하세요.”
“정말 감사하긴 한데 재정이 넉넉한 교회도 아니고 낮은울타리에서 주신다니 이것 참…”
“그동안 수고했다고 하나님이 연말에 주시는 보너스라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이건… 심려 끼쳐 드린 것 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낮은울타리 무시합니까?”
“아니요, 전혀 그런 건 아니고요. 낮은울타리를 세워 드려야 하는데…”
“낮은울타리를 세우면 높은 울타리가 되니까 안됩니다. 낮은울타리는 지금 더 낮아져야 하니까 세울 생각 하지 마세요.”
“그래도 너무 죄송해서…”
“죄송해 하지 말고 그냥 감사히 받고 잘 쓰세요. 12월만 잘 넘기면 1월부터는 괜찮아질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선배 목사 모양 빠지지 않게 하나님이 어떻게 해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