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시즌2] (13)29:1-14

함께 공부를 하는 분들 중 한 분이 작년 여름에 카페를 개업했다.
그후 카페를 몇 번 방문했었는데, 그곳은 오피스빌딩의 1층으로서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테이크아웃 주문이 집중되고 다른 시간은 상대적으로 한가했다.
그래서 알바생의 포인트는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얼마나 빠른 손놀림으로 주문을 실수없이 처리하느냐이다.
사장님은 알바교육을 직접 다 챙긴다고 한다.
고참 알바에게 시키면 사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빠지는 것이 있고, 요령만 전수되는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입이 아프도록 설명을 하고 팔이 저리도록 시범을 보였건만 세상에 손빠른 청년들만 알바를 하는 게 아니다.
오늘은 엄청 피곤한 얼굴을 낮은울타리에 들어왔다.
소위 SKY 대학생 알바가 왔는데 사장님 속을 뒤집어 놓았나 보다.
“아니,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는데도 실수를 반복하고, 지금 하라고 시킨 딱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도 않고 시키는 그 일도 얼마나 밍기적밍기적거리는지 속이 그냥…”
“천불난다고 하죠 ㅎㅎ”
“맞아요. 천불이 나는데 뭐라고 하면 상처받았다고 할까봐 좋게좋게 이야기하는데, 전혀 고쳐지지가 않아요. 공부하는 머리하고 일머리하고는 다른가 봐요.”
“그럼요. 걔는 공부라도 잘하니 다행이네요. 저는 공부를 뛰어나게 하는 것도 아닌데 일머리는 전혀 없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하더라고요. 이해해 주세요.”
“이해해야지 어떡하겠어요. 내 자식도 나중에 이럴 수 있다 생각도 나고, 내가 데리고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 속썩일까봐 그냥 데리고 있으려고요. 그런데 너무 피곤해요.”
“잘하셨습니다. 달달한 과자로 당충전하시고 기분 푸세요.”
그렇게 속도 풀고 당충전을 하고 기분전환을 한 후 성경공부를 할 때가 많다.
기분전환을 해야 두뇌회전도 되고 마음도 열리기 때문이다.
역시 대화와 간식이 중요하다.

“아버지 이삭이 살던 가나안의 브엘세바를 떠난 야곱은 1000km가 넘는 먼길을 갑니다. 그런데 그 길은 고속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노숙하면서 가는 겁니다. 중간에 도적떼를 만날 수도 있고, 들짐승을 만날 수도 있는 위험한 길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에서의 위협을 피하기는 했지만 다른 위협으로 내몰린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인생은 원래 그런 것 아닐까요?”
“와… 이제 하산하셔도 될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들은 이야기들이 전부 그랬는 걸요. 주인공이 원하는 대로 곱게 된 게 없잖아요.”
“맞습니다. 우리 모두는 오늘도 그런 인생을 살고 있고, 그래서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우리 모두가 구원자가 필요하다고 했지요. 야곱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니 야곱도 구원자가 필요합니다. 야곱은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을까요?”
“예.”
“야곱의 속을 어떻게 아세요?”
“하나님이 약속했다면서요? 그럼 확신했겠지요.”
“그걸 기억하시다니…”
“이상하게 생각이 나네요.”
“처음엔 불안했지만 벧엘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받았으니 야곱이 여행을 무사히 마치리라 확신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믿음이 생겼다고 갑자기 밤에 노숙을 하지 않고 호텔에 가서 자게 되거나 노숙을 하더라도 주위가 갑자기 훈훈해져서 따뜻하게 잠을 이룬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추위에 떨며 노숙을 하고 들짐승의 울음소리에 잠을 깨기도 하고 멀리 사람들이 보이면 혹시 도둑떼가 아닐까 불안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음으로 그 두려움과 고생을 감당하며 가는 겁니다.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외롭고 힘든 나그네이지만 속에는 뭔가 다른 게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이런 겁니다. 기독교인도 다른 사람들처럼 좋은 일로 웃을 때도 있고, 나쁜 일로 눈물을 흘릴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고 살아가는 점이 다르지요.”
“사는 게 힘드니까 뭔가 의지할 데가 있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야곱이 드디어 목적지에 가까이 도착했습니다. 목축은 집 가까이에서만 할 수 없습니다. 가축이 풀을 다 먹으면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먹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들판에는 띄엄띄엄 목을 축일 수 있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야곱이 어느 우물에서 사람을 만나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야곱이 가려는 ‘하란’이란 곳에서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야곱이 자기 외삼촌인 ‘라반’이란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는데, 마침 라반의 딸인 ‘라헬’이 양떼를 몰고 온다는 겁니다. ‘라헬’은 영어로 하면 ‘레이첼(Rachel)’입니다. ‘레이첼’이란 이름은 들어 보셨죠?”
“예.”
“영어 이름 레이첼이 성경의 ‘라헬’이란 이름에서 온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야곱이 라헬을 만났을 때 소리내어 울었다고 했습니다.”
“처음 봤다고 하지 않았나요?”
“생전 처음이죠.”
“그러면 만났다고 소리내어 울 만한 사이는 아니지 않나요?”
“오랫동안 그리워하다가 다시 만나서 반가운 사이는 아니지만 아마 야곱은 먼 여행이 끝에 친지를 만났다는 안도감과 고생의 서러움이 복받쳐서 그런 것 아닐까요? 아무튼 야곱은 라헬을 따라가서 외삼촌 라반과 다른 식구들까지 다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신부감을 구하기 위해 멀리까지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친척은 참 좋은 거죠. 생전 처음 봤는데 마음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다할 수 있으니까요. 야곱은 오랜만에 좋은 음식을 먹고 제대로 씻고 따뜻한 잠자리를 가졌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