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전 무용을 배우는데 프로그램 중에 살풀이춤이 있습니다. 제가 마음에 걸려서 안배우려고 했는데 프로그램 중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배웠습니다.”
“왜요?”
“그게 굿하는 춤이잖아요.”
“우리나라에 그런 춤이 있었고, 고전 무용을 배우는 프로그램 중에 있는데 배워야죠. 무당이 되고 실제 굿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게 끝이 아니고 나중에 단체로 절에 초청을 받아서 단체로 춤을 췄거든요. 얼마나 죄송스럽던지…”
“고전 무용을 배우는 팀이 단체로 가서 한 것이잖습니까? 굿을 하거나 염불을 하는 자리에서 한 것이 아니라 그냥 행사로 한 것 아닌가요?”
“예.”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그런 식이라면 다른 것도 생각해 볼 것이 많습니다. 고전 무용이라면 양반들이 추는 춤도 있고 축제때 추는 백성들이 단체로 추는 춤도 있지만 대부분 궁중에서 연회의 흥을 위해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추는 춤이나 옛날 양반들 술자리에서 여흥을 돋우는 기생들이 췄던 춤일 텐데요. 수강생들이 우리를 하인이나 기생 취급 하냐며 그 춤을 거부해야 할까요?”
“아니요. 그런 점도 있네요.”
“이런 상황은 교회에도 있습니다. 예수님 제자 중에 예수님을 돈 받고 팔아 넘긴 배신자 가룟 유다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약 교회에서 예수님 생애 연극을 한다고 할 때 가룟 유다 역할은 신자가 하면 안되니까 비신자에게 부탁해서 시켜야 할까요?”
“그건 좀 이상한데요.”
“마찬가지지요. 예전에 드라마에 보면 무당으로 자주 나오는 배우가 있었는데 그분은 권사님입니다. 그걸 알고 ‘권사가 그런 역할은 맡지 말아야지.’라며 비난하는 기독교인도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우라면 이런 역할도 하고 저런 역할도 하는 거죠. 배우로서 삭발하고 스님 역할을 한 장로님도 있습니다. 예수님 믿으면 이것도 하면 안되고, 저것도 하면 안된다고 하면 그게 복음이겠습니까?”
“복음이 아니겠네요.”
“다만 자기 소신이나 사정으로 거부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걸 획일적으로 규칙처럼 만들어서 타인에게도 따르도록 강요한다면 그건 기독교의 정신이 아닙니다.”
“이렇게 들으니까 속이 시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