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임을 하는 60대 여성 비신자가 있다.
하루는 평소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약간 비스듬히 숙이고 계셨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 하고 보니 평소에 하지 않는 눈화장을 진하게 하고 오셨다.
“화장을 하고 오셨네요. 오늘 무슨 모임이 있으셨나요?”
“아니요.”
“그런데 화장을 짙게 하셨네요. 가끔 옷을 차려입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꿔도 기분 전환이 되지요.”
“그게 아니고요… 목사님께 죄송해서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왜요? 저에게 잘못하신 일이 없는데요.”
“실은 제가 한국무용을 배우고 같이 배우는 사람들하고 공연도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승무도 배우거든요. 승무를 배우니까 절에서 저희 팀을 초청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승무 공연을 하고 왔습니다.”
“공연 잘하셨어요?”
“예, 잘하기는 했는데, 목사님 뵐 면목이 없네요.”
“승무를 배우고 공연을 했다는 것 때문에요?”
“예. 목사님하고 성경공부를 하니까 처음엔 승무를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제가 안하면 그동안 공연을 할 수가 없으니까 안할 수도 없고. 그래서 몰래 하고 말씀 안드리려고 했는데 물어보시니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국 무용을 하면 승무도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팀으로 공연을 하려면 같이 배워야죠.”
“예, 그렇긴 하죠.”
“그런데 뭔가 문제인가요? 승무 공연을 초청하는 곳은 당연히 불교 관련 단체일 것이고요.”
“그렇지요.”
“그건 예수님을 믿는 것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재능을 사용한다든가 사회적 기능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이 사회는 종교적 차별없이 다같이 어울려 사는 사회이니까요.”
“그러네요. 그래도 뭔가 좀 죄송한 느낌이 들어서요.”
“그건 너무 착하셔서 그러신 겁니다.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나라의 장군이 하나님의 선지자의 도움으로 중병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군이 하나님을 믿게 됐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자기 나라 왕의 최측근으로서 왕이 신전에 들어가서 다른 신을 섬기는 행사를 해야 하거든요. 심지어 그 왕을 부축해서 같이 절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장군이 선지자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때 선지자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그 중심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신을 믿기 위한 승무가 아니라 단순한 공연으로 하는 것이고 거기에 다른 마음이 없다면 상관없습니다. 이제는 편하게 하십시오.”
“목사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너무 마음이 편합니다. 진작 말씀드릴 걸 그랬습니다. 이제 편하게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승무만 너무 열심히 하지는 마시고요 ㅎㅎ”
“당연하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