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회개에 대해서 공부했다.
“어제 하룻동안 기억나는 죄가 있니?”
“아니, 없는데. 거의 사람도 안 만나니까 죄도 안 짓는 것 같아.”
“그래. 우리 나이가 되면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거의 없으니 죄를 안 짓는 것 같기도 하지. 그런데 기독교에서 말하는 회개의 핵심은 그게 아냐.”
“회개가 죄를 뉘우치는 것 아닌가?”
“맞는데, 잘 봐봐.”
나는 먹던 막대 과자의 아랫부분을 긁어서 가루를 냈다.
“이 가루가 왜 나올까?”
“네가 과자를 긁어서.”
“지은 죄를 회개하는 것은 이 가루가 잘못해서 나왔다고 하는거야. 이 가루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과자를 안 먹어야지.”
“맞아. 과자가 없으면 가루가 생기지 않을거야. 지은 죄를 뉘우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개의 핵심은 하얀 존재에서 어쩌다가 실수로 시커먼 죄가 나오니까 ‘실수만 없애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시커먼 존재라서 움직이기만 하면 시커먼 것이 떨어지니 저를 어떻게 좀 해주세요.‘라고 하는거야.“
”아무도 내게 이런 걸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 친구가 목사니까 너무 좋네. 이런 것도 알 수 있고.“
”사람은 스스로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예수님의 피로 깨끗하게 씻어달라고 기도하는거야. 자신의 존재를 예수님께 의지하는 거지. 이제 회개가 뭔지 알았으니 회개 기도를 한번 해봐.“
친구는 의외로 자신의 마음 속에 숨겨둔 잘못을 고백하고 예수님의 피로 씻어달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정말 감동이었다.
그러나 감동만 있다면 세상사가 아니다.
식사를 하고 바닷가에 바람을 쐬러 갔는데, 담배가 너무 당긴다며 굳이 한 대를 폈다.
담배 냄새를 맡으며 확 깼다.
친구는 내 차에 타서도 깊은 숨을 내쉬었다.
친구가 내렸는데도 차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