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복음’이란 말 들어봤지?”
“예.”
“어디서 들어봤니?”
“목사님한테서요.”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센터장님이 목사님이라서, 일요일이면 함께 예배하기도 하고, 기독교 관련 행사에 참석시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원래 ‘복음’은 한자로 ‘복 복’자에 ‘소리 음’자를 써서 복된 소식, 들으면 기쁜 소식이란 뜻이야. 지금 니네들에게 필요한 복음이 뭐야?”
“집에 가는 거요.”
한 아이의 대답에 갑자기 숙연해졌다.
재판을 받고 6개월간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다른 복음은 없을 게다.
자기 발로 집을 나가는 것과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것과는 천지차이가 아닌가.
게다가 이 아이들은 아직 성장 중인 10대 청소년이니 정말 집에 가는 것이 복음일 게다.
그러나 사실 이 아이들의 집은 그리 행복한 가정이 아니다.
집에서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집에 가면 좋아? 여기서 더 맛있는 것도 자주 먹지 않니?”
“집이 좋은 건 아닌데 그래도 가고 싶어요.”
“그래, 집이 좋지는 않아도 편하지. 잘 마치고 집에 잘 가면 좋겠다.”
“예.”
“기독교에서는 조금 독특하게 예수님 이야기를 ‘복음’이라고 해. 성경에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이런 복음이 나오는데 이 책들이 예수님의 생애를 말하고 있거든. 그래서 복음을 공부한다는 건 이 책들을 읽고 예수님의 생애에 대해서 알고, 그분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보는 거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예”
“먼저 질문 하나 해도 돼?”
“예.”
“남자와 여자 없이 아기가 태어날 수 있을까?”
“아니오.”
“예.”
“남자와 여자 없이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다고?”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럼 가능, 불가능 투표해 보자. 먼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저요.”
“다음 불가능?”
“저요.”
“3대3이다. 이 투표로 가능, 불가능이 정해지는 건 아니지만 재밌네. 이 질문을 한 이유가 있어. 왜냐하면 예수님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녀의 몸에서 태어났거든.”
“그게 말이 돼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 그 이유는 차차 알아가도록 하고. 예수님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아보자. 성경 자체를 읽으면 좋은데 성경이 두껍고 글이 작아서 니네들이 잘 읽기가 어려워. 그래서 A4지에 좀 큰 글씨로 프린트를 해왔거든. 이걸 오른쪽으로 한 절씩 돌아가며 읽어보자.”
누가복음 1:26-38절을 돌아가며 읽었다.
“여기에 예수님의 아빠와 엄마가 나와있는데, 한번 찾아볼래? 먼저 엄마는 누굴까?”
“마리아.”
“오케이, 맞았어. 그럼 아빠는?”
“가브리엘?”
“예수님의 아빠니까 이름이 좀 그래야할 것 같은데 아니야.”
“힌트 좀 주세요.”
“다음 절에 있어.”
“요셉?”
“맞아. 예수님의 엄마는 ‘마리아’, 영어로 하면 ‘메리’야. ‘매리’라는 이름 들어봤지?”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의 ‘메리’는 즐겁다는 뜻이고. 원리는 ‘매어리’라는 여자 이름인데 쉽게 ‘매리’라고 불러.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강아지나 고양이의 이름에 붙이더라.”
“예, 들어봤어요.”
“그 ‘매리’가 바로 ‘마리아’에서 온 거야. 그리고 ‘요셉’을 영어로 하면 ‘조셉’. 연예인 조세호 부를 때 ‘조셉’이라고 하는 것 들어봤지?”
“예, 그 ‘조셉’이 성경의 요셉에서 온 거야.”
“그러면 이게 실제 있었던 이야기예요?”
“응, 진짜 있었던 이야기야.”
“실제 있었던 이야기란 거 처음 알았어요.”
“나 이런 반응 너무 고맙고 좋아. 이제부터 잘 들어봐. 중간에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해도 돼.”
“예.”
“옛날 이스라엘은 약혼을 일찍 했거든. 마리아가 약혼만 하고 정식으로 결혼하고 시집 가기 전에 천사가 마리아게 나타났어. 그 천사 이름이 뭘까?”
“저 알아요. 가브리엘.”
“맞아. 가브리엘. 성경에 가브리엘이 가끔 나오는데, 이 천사는 주로 하나님의 말씀을 배달해주는 역할을 한 천사야. 가브리엘이 어떤 일을 했다고?”
“택배요.”
“물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아기를 임신할 것이라고 알려줬어. 그냥 아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래. 만약 천사가 니네들에게 아기를 임신할 것이라고 알려주면 기분이 어떨까?”
“안좋아요.”
“왜? 하나님의 아들인데? 천사를 만났잖아.”
“그래도 결혼도 안했는데 아기를 임신하면 좀 그렇잖아요.”
“그렇지? 동네에도 안좋게 소문나겠지? 옛날 이스라엘은 우리나라보다 더 심했어. 결혼도 안했는데 아기를 임신하면 동네 사람들이 돌을 던졌어. 지금도 중동 지방에 가면 그래. 얼마전 뉴스에도 나왔어.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임신을 했더니 아빠인지 오빠인지가 집안 망신 시켰다고 죽였대. 아마 마리아도 너무 부담스러웠을거야. 아기가 나중에 왕이 되고 나라가 무궁한 것보다 일단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을거야. 그래서 천사에게 질문을 해. 34절에 보면 마리아의 질문이 나와. 마리아의 질문을 읽어 볼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천사가 마리아에게 한 사건을 말해주는데, 6개월 전에 마리아의 친척 엘리사벳이라는 할머니가 있었거든. 이 할머니는 자식 없이 평생을 살았는데 기적적으로 임신을 한 거야. 그게 어쩌다 생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임신을 시켜준 거라는 거지. 그러면 마리아의 마음이 좀 어떨까?”
“좀 안심이 되겠는데요.”
“좀 안심이 됐을거야. 그래서 천사 이름이 뭐라고?”
“가브리엘.”
“그래, 가브리엘이 한 마디를 더했어. ‘하나님은 못하는 일이 없다.’ 이때 마리아에게 필요한 것이 ‘믿음’이야. 아직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못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을 그대로 이루실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이야. 마리아는 믿음이 생긴 것 같아. 그래서 마리아는 38절에 이런 말을 해.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마리아에게 믿음이 생긴 것 같니?”
“예.”
“그리고 얼마 후 마리아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정말 임신을 하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