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판사, 나쁜 판사’ 북토크

법정 드라마가 많아지긴 했지만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선고를 내리는 판사들의 삶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은 궁금했을 것이다.
읽는 것도 어려운 판결문을 직접 쓰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5년째 단일 재판부 기준으로 가장 많은 소년 사건을 처리하는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비행청소년이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어른들과 1대1로 짝을 지어 걷는 ‘걷기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류기인 판사님이 ‘착한 판사, 나쁜 판사’라는 책을 내셨다.
류 판사님은 2022년에 둥지청소년회복센터를 방문하는 일정에 나를 초대하여 센터장 임윤택 목사님을 처음 소개해 주셔서 지금까지 둥지 청소년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길을 열어주신 분이다.

류기인(가운데) 판사님과 임윤택(우측) 목사님과 함께

헌법재판소장의 추천사가 있는 책이지만 내용은 마치 동네 아저씨의 에세이 같고 어려운 단어도 없어서 청소년도 술술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은 청소년의 재비행을 막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자랄 최선의 기회를 찾는 소년부 판사의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 시작한다.
워낙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다 보니 사람마다 자신의 약점은 가리기 마련이고 강점은 부풀리기 마련이며 우리는 이미 그것에 길들여져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판사가 오류없이 지엄한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최선의 결정을 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고백해서 독자로 하여금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나는 ”진정한 선처는 무엇일까? 계속 질문하게 된다.“라는 문장에서 멈춰져 버렸다.
목사로서 ‘선하신 하나님’을 전하는데 사람들은 “세상에 벌어지는 일을 보세요. 무엇을 보고 하나님이 선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는 반박을 자주 듣기 때문이다.
’선처‘를 사전에 찾아보니 ’어떤 문제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처리함‘이라고 나와 있다.
누구에게 좋다는 것이 없다.
입장에 따라 똑같은 판결이라도 착한 판사도 되고 나쁜 판사도 될 수 있다.
그래서 북토크에서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 외롭고 힘든 고민을 어떻게 감당하십니까?”라고.
어쩌면 하나님을 향한 나의 작은 위로의 메시지였는지도 모른다.

저자 류기인 판사님의 서명

류 판사님의 북토크는 다른 북토크와는 차원이 달랐다.
저자 중심의 기존 북토크와는 달리, 가만히 앉아만 있는 참석자들도 함께 주인공으로 만들고 어울리게 하는 류 판사님의 공동체 의식과 그것를 쉽고 위트있게 표현하는 독특한 발상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독교인임에도 마치 스님처럼 대답하는 화법도 한몫했다.
북토크가 마쳤을 때 대문사진처럼 참석했던 둥지청소년회복센터 10명의 아이들이 류 판사님을 둘러서서 축복송을 부르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이모저모로 많이 배운 북토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