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살리 탐방로 단상(3) – 길동무

산중턱 바로 아래 유명하지 않은 오전의 탐방로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방해나 신경 쓸 일이 없어 좋으면서도, 높이 솟은 나무들로 인해 컴컴한 숲길은 약간 무섭기도 하다.
이래서 길동무가 필요하다.
말도 붙이고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큰 의지가 되니 말이다.

치노를 데리고 나올 때만 해도 내 산책에 방해가 될까봐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탐방로에 들어서서는 데리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알아 듣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치노에게 말을 붙인다.

치노는 길 모양을 따라 앞장서서 잘도 걷는다.
알아서가 아니라 나대는 성격 때문이다.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덕분에 진일보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난감한 표정의 치노 [사진 강신욱]

그러나 치노도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표정에 나타난다.
혼자서 이런 일을 당하면 얼마나 외롭고 난감할까.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길동무가 있어 외롭지 않다.
외롭지 않으면 견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