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엔 뭘할까?

12월에 들어오면서 했던 고민이다.
2주 전 비신자 고교 친구와 연락을 했고, 12월 31일에 만날 약속을 잡았다.

30일에 확인차 연락을 했는데, 친구가 도넛이 먹고 싶다고 했다.
청사포의 도넛 가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딱 좋다고 했다.

약속대로 31일 낮 12시에 청사포의 도넛 가게 앞에서 만났다.
친구는 30분 전에 와서 청사포의 바닷바람을 쐬고 있었다.

씁쓸한 아메리카노와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넛은 5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남정네들의 입맛에는 너무 달았다.

친구에게 최근 소개받은 ‘뱅쇼’ 잘하는 집이 바로 근처에 있다고 했다.
카페에서 주문하는데 자리가 없을 수 있으니 먼저 확인하고 오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오후 들어 청사포에 차량과 사람이 부쩍 늘었다.
하나 남은 2인용 테이블을 겨우 잡았다.

친구와 나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주변의 테이블에선 주로 가벼운 일상에 대한 대화가 들렸다.
아니면 그냥 자신들의 폰을 보고 있었다.
아마 그들이 우리의 대화를 계속 들었으면 두통을 호소했을 것이다.

밖으로 나와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이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거나 여성끼리 온 사람들이야.
여기 50대 남자 둘이 있는 건 우리 뿐이다.”
“그러네.”
“이건 사람들이 보기에 좀 특이한 장면이야.”
“그런가?”
“아무도 이런 구성이 없잖아.”
그래서인지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목사인 나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은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
하지만 비신자 친구를 만났다.
이게 내 송구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