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그룹2] “먹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만나는 두번째 비신자 그룹은 각각 명지와 주례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넘게 걸려 오는 60대 여성이다.
나는 늘 그분들이 드실 음료와 간식을 준비한다.
그분들의 연세를 생각해서 클래식 과자나 뻥튀기같은 것들이다.
한 번은 나름 맛있는 것으로 준비했는데 입맛에 맞지 않는지 거의 드시지 않는 걸 경험한 후로는 그분들이 아실 만한 것으로 준비한다.
그후론 잘 드신다.

지난 주간 이분들이 오실 때 군고구마를 사오셨다.
맛집인지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사오셨다고 한다.
고구마가 크고 맛있어 보였다.
일단 따뜻할 때 먹자고 했다.
먼저 칼을 드렸더니 이분들이 종이봉지를 찢어 고구마를 잘랐다.
그동안 나는 접시를 꺼냈고, 고구마를 얹어 하나씩 들고 아직 뜨거운 기운이 남은 고구마의 껍질을 까먹었다.
고구마가 정말 달고 맛있었다.
눈 깜짝할 새 다들 한 덩어리씩 맛있게 먹고, 또 손을 뻗을 때 내가 말했다.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반 넘게 오셔서 고구마 먹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네요.”
“ㅎㅎㅎ 그러게 말이예요. 목사님이 귀한 시간 내주시는데 우리가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요.”
“먹는 게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그렇게 만드신 걸요. 먹어야 살 수 있고, 먹는 것에 따라 체질도 변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먹는 것과 관계된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그래요?”
“인류의 스승이다 또는 진리를 말씀하시는 분이라고 여기면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를 잘 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하지 않을 것 같습니까?”
“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아 적어도 인도의 간디같은 분위기가 나야 세속의 욕심을 따르지 않고 진리를 가르칠 것같은 인상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예수님은 당시 죄인 취급받던 사람들의 집에도 들어가고 그들과 함께 식사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해 먹을 것을 밝힌다고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건 친근함의 상징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죄인취급을 받는 사람들 집에는 가지 않았거든요. 요즘 말로 하면 왕따였던 거죠. 아무도 자기와 밥을 같이 먹어 주지 않는데 예수님은 그 사람과 밥을 먹어줬습니다. 당시 유대인에게 세금을 걷어 로마에 바치면서 중간에서 착복하던 유대인출신 세무공무원은 매국노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는 당연히 성전에 들어갈 수 없고, 상종하려는 사람들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와 함께 식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하는 짓이 매국노 같으니 당장 그만둬라. 세금을 떼먹지 말아라. 네가 이렇게 사니까 왕따가 된 것이다. 성전에 가서 제사 열심히 지내라.’라고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왕따인 그와 밥을 같이 먹어 주셨습니다. 그랬더니 세무공무원이 자기가 착복한 것은 네 배로 갚고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나누겠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이 사람의 집에 천국이 임했다.’고 하셨습니다. 가끔은 별 말을 하지 않고 같이 먹어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데요. 입이 열리면 마음이 열립니다.”
“그런 말이 있습니까? 그거 명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