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2명과 성경공부(7) – 계시록 12:7-17

모임을 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나는 본문을 읽고 진도는 어느 정도 나갈지, 어느 수준 정도 언급할지 마음으로 정했다.
카페에서 모임을 하고 있어 직원이나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가 될까 성경책을 펴거나 내가 교안을 따로 갖고 가지 않는다.
내용을 머리 속에 넣고 가서 거의 말로 풀어야 한다.

전날 단톡방에 안부를 묻고 내일 만나자고 올렸다.
늘 만나던 카페에서 만나자는 답문이 올랐다.
나는 공부할 부분이라며 요한계시록 12장 7절부터 17절을 단톡방에 올렸다.

날씨가 변덕스럽다.
아침에는 쌀쌀해서 조금 톡톡한 자켓을 입었다가 모임을 하는 시간에는 기온이 오를 것 같아 얇은 자켓으로 갈아입었다.
그럼에도 모임을 마치고 오르막을 걸어 돌아올 때는 조금 덥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한 분은 털이 있는 니트를 입고 왔다.
몸이 좀 좋지 않은데다 다른 일로 이른 시간에 나오느라 그렇게 입었는데 덥다며 시원한 음료를 시켰다.

지난 시간에 했던 걸 짧게 복습했다.
“여자가 누구라고요?”
잠시 ‘여자가 있었던가?’라는 표정을 보였다.
성도들이 방금 예배 중에 들은 설교도 교회당을 나가면서 잊는데 두 주 전 내용을 어찌 기억하랴.
이들은 졸 틈도 없다는 40대 주부가 아니던가.

“교회요”
“아이는요?”
“예수님요”
“용은요?”
“마귀요”
이 정도면 훌륭하다.

“오늘은 그 다음 7절부터 17절까지 하겠습니다. 7절 처음에 ‘하늘에 전쟁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 하늘은 지금 우리가 보는 이런 하늘이 아니라 영적 존재들이 거하는 미지의 공간을 말합니다. 하나님이 계시는 ‘하늘나라’라고 할 때 하나님이 저 파란 하늘에 계시는 게 아니지요. 그런 의미의 ‘하늘’입니다. ‘미가엘’은 천사들 중에서도 계급이 높은 천사장입니다”

"그런데 바사 왕국의 군주가 이십일 일 동안 나를 막았으므로 내가 거기 바사 왕국의 왕들과 함께 머물러 있더니 가장 높은 군주 중 하나인 미가엘이 와서 나를 도와 주므로"(다니엘 10:13)

"천사장 미가엘이 모세의 시체에 관하여 마귀와 다투어 변론할 때에 감히 비방하는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다만 말하되 주께서 너를 꾸짖으시기를 원하노라 하였거늘"(유다서  1:9)

“혹시 영어 이름 ‘마이클’ 들어보셨죠?”
“예”
“그 ‘마이클’이 천사장 ‘미가엘’에서 온 것입니다”
“아…”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미가엘과 천사들이 하나님을 반역한 용과 용을 따르는 천사들을 내쫓은 것이죠. 이 일은 분명 인간의 타락 전에 일어난 사건일 것입니다. 9절에 그 용의 정체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옛 뱀’, ‘마귀’, ‘사탄’, ‘온 천하를 꾀는 자’. 아담과 하와에게 그랬듯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거역하도록 유혹하는 존재입니다. 만약 에덴동산에서 뱀이 하와에게 선악과를 먹으라고 강요했다면 먹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핍박하면 오히려 믿음이 더 강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마치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처럼 꼬셨지요. ‘하나님처럼 될거야’ 솔직히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은 지금 우리에게도 있는 마음이잖아요. 마귀는 지금도 우리를 유혹하는 존재입니다.”

“귀신은 누구인가요?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귀신은 9절에 나오는 용의 사자들입니다. 여기에 ‘사자들’이라고 되어 있는데 원래 ‘천사들’입니다. 영적 존재들이 사탄을 따르면서 ‘귀신’이 된 것이죠.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가고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귀신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사람을 두렵게 하거나 섬김을 받기 위해 죽은 사람 정보를 갖고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세상으로 쫓겨난 마귀와 그 졸개인 귀신들이 사람들을 하나님에게서 떠나가게 하고 결국 사람들을 망하게 하려 할 때 그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11절에 있습니다. ‘어린 양의 피와 증언하는 말씀으로 그를 이겼으니’ 어린 양의 피라는 것은 예수님이 사람 대신 피흘려 죽으셨다는 것을 말합니다. 혹시 멜 깁슨 감독의 ‘패션오브크라이스트’라는 영화 보셨어요?”
“예”
“거기에 보면 예수님이 채찍으로 맞아 만신창이가 된 모습이 나옵니다. 그 모습을 사람들이 조롱하는데, 그 군중들 속에 마귀가 나옵니다”
“마귀가 나와요? 저는 못봤는데요. 다시 봐야 되겠네요”
“예, 의미를 알고 다시 보시면 많은 게 보일 겁니다. 거기에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악당 볼드모트 비슷하게 생긴 놈이 나옵니다. 그놈이 군중들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며 예수님을 조롱하는 듯한 아주 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마귀는 구약 시대에서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기적을 행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님께로 돌리려는 선지자들이 등장하면 족족 고생하게 하고 결국 비참하게 죽도록 만들었죠. 그런데 갑자기 나사렛 예수라는 사람이 등장해서 병자를 치료하고 귀신을 쫓아내며 자기 세력을 위협하니 당황했을 것입니다. 제자인 가룟 유다를 배신하게 하고 사람들을 선동해서 예수를 체포하고 십자가에 죽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이긴 것 같았을 것입니다. 그 영화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저 멀리 하늘에서 물이 한 방울 떨어집니다. 하나님의 눈물을 표현한 것이겠죠. 곧이어 땅에 비가 내립니다. 그 때 마귀가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죄 없는 예수님을 죽여 영적인 질서에서 엄청난 헛발질을 했다는 것을요. 이전 선지자들은 그래도 죄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예수님은 동정녀의 몸에서 나신 죄 없는 존재잖아요. 그 때 마귀는 자기가 진 것을 알고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 그건 본 것 같아요”
“성경에 그것에 대한 말씀이 있습니다”

에베소서 3:9-11
9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
10   이는 이제 교회로 말미암아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 하심이니
11   곧 영원부터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예정하신 뜻대로 하신 것이라

“사실 하나님은 아담이 타락하고 ‘아차’해서 부랴부랴 구원계획을 만드신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만드시기 전부터 하나님 안에 감추어둔 ‘비밀’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교회를 통해 나타났다는 것이죠. 에베소서 3장 10절에 있는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은 세상 왕이나 권력자들이 아니라 영적인 존재들입니다. 드디어 마귀도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죠. 11절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계획은 영원 전부터 예정하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요한계시록 12장 11절로 돌아가서, 그래서 죄가 없지만 죄 있는 우리를 위해 대신 죽으신 예수님의 피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약속하신 말씀으로 마귀의 유혹을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제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 다들 아무 일없이 멀쩡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악몽에 시달리든지 귀신을 보는 공포에 싸여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습니다. 제가 수도권에서 목회할 때 그런 가정에 가서 예배하고 조언해서 그런 일이 사라지도록 한 적도 있습니다.”

“13절에 용 곧 마귀가 남자를 낳은 여자를 박해한다고 했습니다. 여기 남자가 누구일까요?”
“예수님요”
“여자는요?”
“교회요”
“예, 마귀가 세상에서 교회를 계속 박해하는 것입니다”

“14절에 여자 곧 교회가 ‘큰 독수리의 두 날개를 받았다’고 했는데요. 이건 구약에 여러 번 나오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보호하시는 관용적 표현입니다”

"내가 애굽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출애굽기 19:4)

"마치 독수리가 자기의 보금자리를 어지럽게 하며 자기의 새끼 위에 너풀거리며 그의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그의 날개 위에 그것을 업는 것 같이"(신명기 32:11)

“14절에 ‘뱀의 낯을 피하여’는 마귀가 자기 마음껏 교회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나님이 보호하신다는 것이고,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는 교회가 이 땅에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양육’을 받았다고 했는데 교회가 어려서 더 자라야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아이를 낳을 정도로 컸는데요. 이건 교회가 하나님의 구원계획을 제대로 깨닫게 되어 적극적으로 그것을 전하는 데 동참하게 된 것을 말합니다”

“그런 교회를 보고 마귀가 가만히 있을까요?”
“방해하겠죠”
“15절에 ‘여자의 뒤에서 뱀이 그 입으로 물을 강 같이 토하여 여자를 물에 떠내려 가게 하려’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당하는 어려움을 ‘세파’라고 하죠? 세상의 파도라는 의미입니다. 세상의 유행이나 흐름을 ‘풍조’라고 합니다. 바다의 흐름에 비유한 것입니다. 용이 불을 토하지 않고 물을 토해서 여자 곧 교회를 세상 풍조로 떠내려 가게 하려고 한답니다. 그런데 정면에서 그러면 교회가 눈치채고 대비를 하겠지요. 그래서 어디서 한다고 합니까?”
“여자의 뒤에서요”
“예, 뒤에서 별 것 아닌 것처럼, 별로 눈치 채지 못하게 교회가 서서히 세파에, 세상 풍조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며 떠내려 가도록 만드는 것이 마귀의 계략입니다. 교회 안에도 재물의 신, 교육의 신이 들어오는 거죠. 재물이나 학벌이 다 유익하잖아요. 그래서 성도들도 헷갈리게 만듭니다.”

그 중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가 하나시죠?”
“예”
“아들 하나밖에 없는데 모든 걸 이 아이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서 매일 학원 5개씩 보내 보십시오. 스스로는 잘하고 있다 생각할 지 모르지만 아이는 학벌위주의 가치관을 갖게 되고 사실 엄마와 아들과의 관계가 깨어지고 가정이 해체되는 비극이 일어나는 겁니다”
자기 가정의 이야기가 되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 표정이 됐다.

“마귀는 성도들도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재물이나 학벌을 의지하게 만들었습니다. 기도도 재물이나 학벌을 위한 기도를 하게 하고요. 만약 성도들이라도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만약 성도들이라도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다른 교육관을 가졌더라도 한국 사회가 조금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귀가 탁류를 쏟아낼 때 죽은 고기는 떠내려 가지만 살아있는 고기는 펄떡이며 흐름을 거스를 것입니다. 죽었다는 것이 단어가 비참하지만 세상적으로는 재물과 학벌을 추구하며 잘 먹고 잘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고요. 마귀는 창세기에도 그랬지만 핍박보다 사람을 위하는 척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성경을 배우고 성경적 가치관으로 살아가면 같은 세상을 살아도 다르게 사는 것을 말했다.
성경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너무 무겁게 가르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성경공부는 고대 이스라엘 문화강좌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의식과 생활에 변화를 주는 하나님의 말씀이란 것을 처음부터 아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16절에 “땅이 여자를 도와 그 입을 벌려 용의 입에서 토한 강물을 삼킨’다고 했는데요. 교회가 자기 힘으로 그 세파와 풍조를 이길 수 없습니다. 여자 곧 교회를 지키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땅이 입을 벌리는 것 같은 기적을 통해서라도요. 교회를 해치려는 마귀의 수작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17절처럼 화가 나서 마귀는 쉬지 않고 핍박과 유혹을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계획과 경륜이 나타난 것이 역사입니다. 영어로 history는 하나님을 뜻하는 his와 이야기를 의미하는 story가 합쳐서 된 말입니다. ‘그분의 이야기’란 뜻이지요. 그분의 계획이 풀어서 펼쳐지고 드러나는 이야기”
“history가 그런 뜻인 줄 몰랐네요. 처음 들었어요”

“17절 마지막에 마귀가 교회와 더불어 싸운다고 했죠?”
“예”
“어떻게 싸울까요?”
“글쎄요. 궁금한데요”
“바로 그 내용이 13장에 나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