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분명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고 말씀하셨지요?”
“예”
“뱀의 질문을 받은 여인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창세기 3장 3절을 화면에 띄웠다.
다들 소리를 맞춰 읽었다.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나님은 반드시 죽을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여인은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대답했습니다. 자기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한 것입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보면 한 사람에게 어떤 단어나 문장을 말하게 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임을 합니다. 처음엔 ‘동서남북’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엔 ‘동문서답’으로 대답하기도 하죠. 시청자는 웃게 되지만 제대로 듣고 제대로 말하는 것에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지를 잘 나타냅니다”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지요?”
“예”
“하나님이 누구에게 말씀하셨을까요? 아담과 하와일까요, 아담일까요?”
“그렇게 질문하니 모르겠네요”
창세기 2장을 화면에 띄웠다.
창세기 2:15-18
15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
16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17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18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이 먼저 아담에게 에덴동산을 지키게 하시면서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명령을 하십니다. 그리고 나중에 배필인 여인을 만드셨습니다. 그렇다면 여인은 직접 하나님으로부터 명령을 들은 것이 아니라 남편을 통해 전해 들었을 것입니다. 남편인 아담은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했는데 아내인 여인이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라고 접수했을 수도 있고, 아담이 처음부터 ‘먹으면 죽을 수도 있대’라고 잘못 전했고 그걸 그대로 여인이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어떤 사람에게 말씀을 주시고 그걸 전하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이 모든 백성 앞에 나타나셔서 ‘너희는 내 말을 들으라’고 하신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전하는 자는 정확하게 듣고 잘 전해야 하고, 듣는 자는 잘 듣고 행해야 합니다”
“목사님의 책임이 무거운 거네요”
갑자기 불똥이 나에게 튀었다.
“그렇죠. 정확하게 잘 들어야 하기도 하고, 그대로 잘 전하기도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옛날 선지자들 보다는 낫습니다. 이제는 성경이 있으니까요”
“여인이 뱀으로부터 선악과에 대한 획기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요?”
“남편에게 가서 의논해야죠”
“정답입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도 그렇게 하세요?”
“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남편으로부터 들은 하나님의 말씀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니 남편을 찾아 의논을 하면 좋았을텐데 여인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뱀은 혼자 있는 여인에게 접근했고, 유혹했고, 흔들리는 여인을 보며 계속 부추켰을 것입니다. 여인은 먼저 선악과를 유심히 쳐다봤습니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럽기도’ 했답니다. 우리가 홈쇼핑 채널을 자주 보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다음에 TV를 켤 때 카드를 옆에 둬요”
“결국 사게 돼요”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먹으라고 한 과일들은 맛이 없어 보이는데 선악과만 먹음직하고 탐스러워서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선악과만 보고 있으니 문제가 생긴 거지요. 그래서 보는 걸 조심하고 삼가야 합니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여인은 먼저 선악과를 먹은 후 남편에게도 줬습니다. 여인이 선악과를 건넸을 때 남편은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부부 사이에 일어난 일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아담이 그걸 받아 먹었다는 것만 성경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밀턴은 그의 작품 ‘실락원’에서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아담은 질책하고 아내는 웁니다. 그러나 결국 아담도 선악과를 먹고 맙니다. 여인은 뱀의 유혹에 넘어가고, 아담은 여인의 눈물에 넘어갔습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맞아요 ㅎㅎ”
“여인은 유혹에 넘어갔지만 아담은 아내를 위해 자신의 의지로 먹은거죠. 남편들 잘 위해 주세요”
“예, 그래야겠어요”
“전에 말씀드렸지만, 우리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랬을 것입니다. 아담은 처음 인간으로서 인간의 대표로 그 일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영향이 모든 인간에게 미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그럼 전에는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몰랐나요? 자기 몸은 전혀 쳐다본 적이 없었을까요? 서로의 몸을 본 적이 없었을까요? 그들의 몸은 예전과 똑같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선을 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망가지자 그들 속에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수치심이 생겼습니다. 자기를 가리고 싶었습니다. 그들은 나뭇잎으로 치마를 만들어 입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옷은 치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