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처음 내려올 때 복음을 전하고 싶은 첫번째 대상은 나의 고등학교 친구들이었다.
바로 시작되지는 못했지만 4년이 지나고 보니 대여섯 명의 친구들과 진지하게 자주 만나고 있다.
그외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40대부터 60대까지의 사람들이다.
내 나이를 생각할 때 당연하다.
그러나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도 기회가 있으면 복음을 전하고 성경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성인들과는 달리 청소년이 비행을 저지르고 재판을 받으면 처벌보다는 계도를 전제로 하는 각종 처분이 있다.
그중 ‘1호 처분’은 소년원같은 곳으로 보내지 않고 몇 달간 부모가 책임지고 관리하든가 부모가 관리할 형편이 되지 않으면 그룹홈같은 시설에서 다른 청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학교도 다니고 생활지도도 받는 것이다.
그렇게 ‘1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가는 그룹홈을 ‘청소년회복센터’라고 한다.
부산에 그런 시설이 5곳이 있다.
그중 한 곳이 임윤택 목사님이 센터장을 맡고 있는 ‘둥지청소년회복센터’이다.
임 목사님과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 청소년들이 마음에 남았고, 간식을 사들고 방문하기도 하고, 밥을 사주기도 하고, 예배 시간에 설교를 하기도 했다.
물론 보람이 있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른 성인들처럼 꾸준히 정기적으로 이 청소년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일단 청소년들이 성경공부를 하고 싶어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방법이 없다.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순순히 성경공부를 하겠다고 할 리가 없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나만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설사 청소년들이 응하더라도 시간적으로도 제한이 있다.
청소년들이 낮시간에 학교를 가야하니 성경공부가 성사되더라도 저녁 식사가 마친 밤시간만 가능하다.
밤은 서로가 피곤한 시간이라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
밤 8시 이후는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로서는 급격히 기력이 떨어지는 시간이라서 체력적으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거리로도 저녁 퇴근 정체에 걸리면 운전으로 1시간이 족히 걸리기 때문에 7시 전에 출발해서 11시에 돌아오는 걸 각오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날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매주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니 견적이 나오질 않았다.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 생각나면 기도할 뿐이었다.
두세 달마다 둥지를 방문하거나 따로 식당에서 밥을 사주었다.
그러다가 올초 요한계시록 뮤지컬에 둥지 청소년들을 초대하느라 몇 차례 더 자주 만나고, 이어 둥지 청소년들이 뮤지컬 공연하는 것을 보고 구체적으로 기도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