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복음(21)

마가복음 1:21-45를 A4지에 인쇄해 갔지만 34절까지만 읽었다.
한 절씩 돌아가며 읽으면 둥지에서는 보통 교회에서 걸리는 시간보다 두 배는 걸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난 이 시간이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 여긴다.
아이들이 직접 인류 최고의 고전이라는 성경을 읽어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때만큼은 나도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읽고, 진지하게 기다린다.
아이들도 성경을 읽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대화를 나눌 때와는 달리 장난을 거의 치지 않기 때문이다.

“얘들아, 혹시 니네들 중에 자주 악몽을 꾸거나 밤중에 화장실 갈 때 귀신 나올까봐 무서운 아이가 있니?”
“저 악몽 자주 꿔요.”
“꿈꾸고 나면 어때?”
“좀 무서워요.”
“악몽을 꾸지 않는 사람들도 어쩌다가 밤길 걸을 때 아무도 없는데 뭔가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이 나고 오싹한 경험 없어?”
“있어요.”
“그럴 땐 어떻게 하니?”
“갑자기 막 뛰어요.”
“그러면 괜찮아?”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두 명은 종종 귀신을 생각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오늘 이야기를 잘 들어봐. 일단 읽은 부분에서 모르는 단어 말해볼래?”
안식일, 회당, 서기관, 열병, 수종 등이 나왔다.
“‘안식일’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 쉬시면서 그날을 복되게 하셨다고 했거든. 그래서 사람도 그날은 쉬면서 자신이 피조물인 것을 깨닫고 창조주인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한 날이야. 원래는 토요일이었는데 예수님이 일요일에 부활하시면서 지금은 일요일로 바뀌었어.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일요일에 교회당에 가서 예배하는 거야. ‘회당’은 유대인 남자 10명이상이 되면 만들 수 있는 서당 및 마을회관 같은 곳이야. 여기서 어린이들은 공부를 배우기도 하고 어른들은 마을 회의를 하기도 해. ‘서기관’은 성경을 베껴 쓰는 사람이야. 옛날에는 인쇄술이 없었으니까 성경을 한 자 한 자 베껴 써서 또 성경 한 권을 만들었거든. 제대로 베껴 쓰려면 성경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니까 지식층이라고 볼 수 있지. ‘열병’은 말 그대로 고열이 나는 병이야. 그런데 ‘열병’이라는 병 종류가 따로 있다기 보다는 지금부터 2천 년 전이니까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 열병이라고 불렀을 확률이 높아.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 대부분 열이 나니까. ‘수종’은 심부름도 하면서 다른 사람이 시중을 드는 것을 말하는 거야.”
“빵셔틀하고 비슷한 거네요.”
중학생의 필터 없는 어휘에 놀랐는지 고등학생들이 고개를 들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 본다.
“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성경에 ‘빵셔틀’이라고 쓸 수는 없잖아.”
“그건 그래요.”

“예수님이 ‘가버나움’이란 동네에 들어가셨어.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구글 지도로 보여줄게.”
스마트폰으로 갈릴리 호수를 찾아서 북서연안의 가버나움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지도에는 ‘카파르나움’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럼 성경이 진짜 있었던 이야기예요?”
“그렇지. 여기 가버나움도 있잖아. 예수님도 제우스나 아폴론처럼 지어낸 신이 아니라 실존인물이야. 니네들 4대 성인이라고 들어봤지?”
“네.”
“누군지 이야기해 볼래?”
“아담과 하와.”
“ㅎㅎㅎ, 내가 니네들 덕분에 웃는다. 내가 질문할테니 맞춰봐. 불교의 창시자는?”
“부처님.”
“그래, 한 명 맞췄다. 유교의 창시자는?”
“공자님.”
“맞아. 기독교의 창시자는?”
“예수님.”
“다 맞추네.”
“4대 성인은 전부 종교를 만든 사람들이예요?”
“세 명은 그런데 마지막 한 명은 아니야. 철학자 중에 아주 유명한 사람인데 누굴까?”
“힌트를 주세요.”
“유명한 말을 했어. ‘너 자신을 알라.’ 들어봤지?”
“예, 그런데 첫 자만 알려주세요.”
“소.”
“소크라테스.”
“맞아. 사람들이 석가모니, 공자, 예수님, 소크라테스를 인류의 스승이라고 여겨서 4대 성인이라고 불러. 실존인물이니까 그렇지.”
“저는 성경이 지어낸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이제부터 진짜 이야기인 줄 알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