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가족과의 만남

8월초 부친 장례를 치른 사람을 만났다.
1년 전 내가 응급실로 모셨던 테니스클럽 고문님의 아들이다.

내가 응급실로 모셨던 그때부터 서울에 가족을 두고 혼자 내려와 어르신을 1년간 모시며 ‘이 생활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를 매일 자문했던 이야기,
어르신이 스스로 테니스클럽에 가지 않겠다고 하셨다는 이야기,
그냥 집에서 생활하다가 떠나고 싶다고 하셨다는 이야기,
침례를 받고 나중에 그 의미를 깨닫고 이제는 나중에 갈 곳이 있다며 좋아하셨다는 이야기,
돌아가시기 일주일전 자신이 아버지에게 옷을 입혀드렸던 꿈을 꾸었던 이야기,
입관 과정이 너무 비인격적으로 보여져 유럽에 사는 여동생이 충격을 받은 이야기,
조문객을 맞느라 장례기간동안 가족끼리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보낸 이야기,
보험이나 재산관계 등 사후 여러 가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유족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가 된다는 이야기,
가득 찼던 아버지의 짐이 말끔하게 치워진 집에서 혼자 며칠 지내는데 마치 아버지가 금방이라도 방문을 열고 나오실 것 같다는 이야기 등.
응급실에서 만난 이후로는 두 번밖에 만나지 않은 내게 자신의 정서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가족의 죽음은 유가족에게 적잖은 충격과 함께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다.
나는 천천히 그 충격과 슬픔을 정리하고 표현도 하고 달래기도 하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나도 잘 못하면서.